[병법35개조 35조항] 때를 아는 것(133)


“이것은 

빠른 때를 알고 늦은 때를 알며,

피하는 때를 알고 피하지 못할 때를 아는 것이다.

니토이치류(二刀一流)의 바로 통하는

깊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구전(口傳)한다.”


“만리일공(萬里一空), 

이것은 글로써 나타내기 어려우므로

스스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상 35개조는 나의 병법에 대한 견해,

마음가짐에 이르기까지 대략적으로 기록하였다.

조금 미흡한 듯하나 모두 비슷한 것이다.

또한 검의 자세 등에 대해 구전하는 것은 기록하지 않았다.

더욱 부족한 것은 말로써 설명하겠다.”


강에이(寬永) 18년(1641) 2월 길일

신멘 무사시 겐신(新免 武藏 玄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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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아는 것’

빠르고 늦고, 피하고 공격하는 때를 안다는 것,

병법 35개조를 익힌다면,

이른바 ‘직통(直通; 통찰력)의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참된 도를 깨친다는 것이다....때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의 장’에서의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법의 도를 깨우치는 것을 무사의 소임으로 알며,

느긋하게 정진한다.

오늘은 어제의 자신에게 이기고,

내일은 한 수 아래인 자에게 이겨서,

훗날에는 한 수 위인 자에게 이긴다고 생각하고,

여기 적힌 대로 단련(鍛鍊)에 힘쓴다.”


단련(鍛鍊)이란 

“1천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1만일의 연습을 연(練)이라 한다.”


“잘 새겨야 한다.”

- 종(終) -


<1만일은 수련해야 ‘검도얘기’를 할 수 있다>


 

[병법35개조 34조항] 바위 같은 몸(132)


“이것은 흔들림없이 강하고 굳은 마음이다.

스스로 만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전력투구하는 것은

살아 있는 자는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항상 변함없는 마음이어야 한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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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영주 미쓰히사(光尙)가 미야모도 무사시(宮本武藏)에게 물었다.

“바위같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무사시는 제자(데라오 류마쓰케)를 불러 영주 앞에 무릎을 꿀려 이르기를

“뜻한바 있어 네게 할복을 명한다!”고 하니

명령을 받는 데라오가 할복 채비를 하는 태연자약함이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이에 무사시는 “이것이 ‘바위 같은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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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같은 마음’

주군의 명령에 주저없이 할복을 채비하는

엄격한 주종관계의 ‘충(忠)’을 최고의 수신덕목(修身德目)으로 삼은

전국시대 일본 무사도의 한 단면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본)검도를 배격(싫어)하는 심정적 이유는

일제하에서 어쩔 수 없이 세뇌되었던

이 같은 ‘무사정신’때문일 것이다.


21세기 무사는 없다.

검도정신은 ‘대의(大義)’가 아닐까?

주종관계가 아닌 사회관계의 정의로서

대의 앞에 ‘바위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

부동심, 평상심의 검이어야 하지 않을까?


 

[병법35개조 33조항] ‘자세가 있으면서 자세가 없다’(有構無構)(131)


“유구무구(有構無構),

즉, 큰칼을 취할 때 반드시

정해진 자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장소와 때에 따라

어느 쪽으로 위치하여 칼을 겨누든지 구애 받지 말고

결국은 상대를 쓰러뜨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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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즉 틀에 얽매이지 말 것을

무사시는 <오륜서> ‘물의 장’에서 거듭 강조한다.


“5가지 대적자세(상단, 중단, 하단, 좌·우 옆자세)가 있다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나오는 형편에 맞게 대세를 취하되,

항상 상대를 베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상단도 경우에 따라 조금 내리면 중단이 되고,

중단도 상황에 따라 살짝 올리면 상단이 되고,

하단도 조금 올려 잡으면 중단이 된다.

양 옆자세도 약간 가운데로 내밀면 중단이나 하단이 된다.

따라서 자세가 있되 자세가 없다는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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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구(有構無構, 자세가 있으면서도 자세가 없다)’는

일본의 검도용어이지만,

경영현장에서도 고정관념 또는 형식적 틀에서 벗어 날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인용되기도 한다.


고정관념(stereotype)이란 우리가 어떤 현상을 범주화하여,

그 속에 속한 것들은 모두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예컨대, 택시기사들은 ‘뽕작을 좋아한다’ 듯이,

‘키가 작은 사람은 손목기술’,

‘키가 큰 사람은 머리기술’ 등으로 보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이런 통속적인 유형구분은 엉뚱하게 오류를 범해

실제 시합에서는 잘못 입력(지각)된 정보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겪는다.


검도는 단순한(?) 몇 동작(머리, 손목, 허리, 찌름)을 익히는데 평생을 보낸다.

단순한지만, ‘오묘한 검리(劍理)’에

고정관념 내지는 전형성(典型性)을 지닌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에 젖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젖은 사람은

거기에 해당하는 상대를 만나면

자신의 고정관념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는 데에 있다.


어떻게 하면 고정관념을 벗어날까?


-기초가 틑튼히 해야 한다.

기초도 되어있지 않으면서 잔기술에 연연한다면 자기 꾀에 넘어지는 우를 범한다.

-수련수준을 높혀야 한다.

다양한 환경의 교류, 이를테면 도장간의 교류를 통한 수련으로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상대와의 대련을 해야 한다.

-실전(출전)경험을 높혀야 한다.

-사람 마다 칼(기술)이 다름을 자각해야 한다.

-정보는 왜곡될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병법35개조 32조항] 장졸(將卒)의 이치(130)


“장수와 병졸(將卒)의 이치를 터득하여,

적을 병졸로 보고 나를 장수로 여겨

적에게 조금이라도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적이 큰칼을 휘두르건 움츠러들건

모두 내 마음 내 뜻대로 따르게 하여

상대에게 전략을 짤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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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는 <오륜서> ‘불의 전략’에서

상대를 부하처럼 지배할 것을 강조한다.

즉, 주도권을 잡으라는 뜻이다.


“적을 모두 자신의 부하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상대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이 경지에 도달하면

나는 장수요 상대는 병졸이 된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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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능한 자는

적을 조종하되, 적에게 조종당하지 않는다.’

(善戰者 治人而不治於人) - 孫子 ‘虛實’篇


한 마디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동적(수세적)인 위치에 서지 말라는 것이다.


모택동은 

“주도권이란, 군대의 자유권을 뜻하는 바,

모든 전투에서 주도권을 뺏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동란 당시 낙동강 방어 전투에서

유엔군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도 고전했던 이유를

초기전투에서의 실패로

전쟁의 주도권을 인민군에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도 또한 초전에서의 주도권은 매우 중요하다.

마치 장군이 병사를 대하는 듯한 충만한 기세로

공세적으로 상대를 조종해야 한다.


어떻게 게임을 주도할까?


-상대의 시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양이 쥐굴 노리듯).

-상대의 빈틈, 허물어지는 리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세는 전격적으로(번개같이) 걸어야 한다.

-공격이 시작되면 끝장을 보아야 한다.

-한 호흡으로 물을 쏟듯 퍼부어야 한다.

-올린 칼은 타격 없이 내려서는 안 된다.

-몸 부딧치고 물러남에도 타격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자후(기합)를 토해야 한다.

-물론, 공격 내내 몸은 살아 있어야 한다(지면으로부터 양 뒤꿈치가 떠있어야).



 

[병법35개조 30, 31조항] 키 재기, 문짝 같은 몸(129)


“키 재기(30조항)란

적에 붙을 때 적과 키를 비교하듯이

온 몸을 쭉 펴고 내 키를 높이듯이 한다.

몸이 붙는 요령은 전(28조항)과 동일하다.”


“문짝 같은 몸(31조항)이란

적의 몸에 붙을 때 내 몸을 최대한 넓히고,

적의 칼과 몸도 반듯하게 서게 하여

적과 내 몸 사이의 틈을 없애야 한다.


또 몸을 움츠릴 때는 어깨를 좁혀

적의 가슴에 내 어깨를 강하게 부딪쳐

적을 덮치는 것이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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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는 <오륜서>에서

‘몸부딧침’에 관하여 몇 가지 보완하여 강조하고 있다.


‘키 재기’도 상대와 접근시

몸을 움츠리지 말고 쭉 펴서 강하게 밀고나갈 것을 비유한 것이다.

마치 키 재듯이 위축되지 말고

허리·머리를 똑바로 뻗치고 마음껏 쳐 들어가라는 것이다.


또, ‘끈질지게 맛서기’를 강조한다.

즉, 접착제(아교)를 붙인 듯

적이 쉽사리 칼을 빼지 못하도록 하되

너무 거세지 않게 밀고 나갈 것을 주문한다.

끈질김으로 밀어붙이되 얽히지는 말 것도 강조한다.


특히, ‘몸으로 부딪치기’에서는

몸을 날려 적에게 부딪치라고 한다.

이때, 내 얼굴을 조금 돌려 왼쪽 어깨를 내밀고

적의 가슴에 부딪치란다.


“부딪칠 때는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부딪치는데,

호흡을 맞춰 솟구치듯이 단호하게 뛰어 든다.

이것을 익히면

적을 2-3간(間, 약 4-5미터)쯤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적이 죽어버릴 정도로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했다.

잘 새겨야 하지 않을 까?


 

[병법35개조 29조항] 손을 내뻗지 않는 몸의 자세(128)


“이는 적에게 몸을 교착시킬 때

좌우의 손이 없는 듯이

몸체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상황이 불리하면

몸을 뒤로 빼고 손을 내뻗는다.

손을 내뻗으면 몸이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왼쪽 어깨는

밀착상태가 되어야 한다.

손이 먼저 나가지 않도록 한다.


적에게 붙이는 요령은 ‘28조항’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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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서> ‘물의 장’에서는

‘짧은 팔 원숭이 몸(愁猴)’이란 병법으로서

‘적과 대결할 때 함부로 팔을 내뻗지 않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적에게 접근할 때는

조금도 팔을 내밀 생각을 하지 않고

적이 칼을 내리치기 전에

몸을 재빨리 접근하는 방법이다.


팔을 내뻗으려고 하면 반드시 몸이 멀어지게 되므로

팔을 뻗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온몸을 재빨리 밀어 붙여 버린다.


피차 손에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는

몸도 바짝 접근시키기 쉽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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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원래 긴팔을 이용하여 채찍질하듯 공격한다.

그런데 ‘짧은 팔 원숭이 몸’이라고 했으니.....

先‘접근’, 後‘뻗기’이어야 할 것이다.


중국무술에서는 원숭이를 모형으로 하기도 한다.

통배권(通背拳)이라고 하여

긴팔을 이용하여 원숭이가 먹이를 잡으려 하는 권법이나,

당랑권(螳螂;사마귀)의 원후보법(猿猴步法),

이른바, 원숭이 특유의 파닥거림은

빈틈이 열려 있을 때는 느닷없이

공격하는 묘공술(妙攻術)이다.

그래서 ‘승사원후수족리(昇事猿猴手足離)’라 했다.

즉, 뻗어 칠 때는 원숭이처럼 경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국검법의 ‘백원출동세(白猿出洞勢)’ 또한

흰원숭이*가 동굴을 뛰어나오려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고 보면,

원숭이의 본능적 행동거지에서 검리(劍理)를 빌릴 법도 하다.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백원(흰원숭이)은 지능이 높고 힘이 세서 성이나면 표범도 찢어 죽인단다.


 

[병법35개조 28조항] 교착시키기(127)


“이는 승부가 나지 않을 때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상대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것을 말한다.


발, 허리, 얼굴까지도

기술껏 달라붙는 것이다.


몸이 닿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해 본다.


적에게 붙는 박자는

베개를 누르듯이 조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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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서> ‘물의 전략’에서는

‘칠교(漆膠)검법’으로 소개된다.


“마치 아교처럼 적에게 몸을 밀착시켜 떨어지지 않는....

이때 머리도 몸도 발도 찰싹 붙여

강하게 달라붙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얼굴과 발은 재빨리 붙여도

몸은 떨어지게 마련인데(몸은 뒤로 빼는데),

적의 몸에 내 몸을 바짝 붙이고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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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몸싸움이란 필연적이다.

아무리 기술이 능하더라도 거친 몸싸움에서

자칫 상대 페이스에 말려 낭패를 보는 경우를 흔히 본다.

특히 격투기에서는 피할 수 없는 대세 싸움이다.


검도의 경우,

공·방간에 ‘코등이싸움’과 ‘몸받음(부딧치기)’이 빈번한 바,

어떻게 하면 이들 몸싸움에서 공격기회(틈)를 잡느냐가 승패를 가름한다.

무사시의 ‘칠교(漆膠)검법’을 음미해야 하지 않을까?


‘몸 받음’이란

격자후 여세를 몰아 자신의 몸을 상대에 부딪쳐서

상대의 대세를 허물어 공격기회를 만드는 동작으로서,

-허리 중심으로 전신의 힘으로 부딪쳐야 한다.

-부딪치면서 밑에서 밀어 올리듯 해야 하며

-절대로 머리를 숙이지 말 것.

-받을때는 왼발 발꿈치가 올라간 상태에서 받을 것.

-상대가 뒤로 물러나면 몰고 들어가서 치고,

-상대의 미는 힘을 이용해서 물러나서 치든지 돌려 비켜 친다.

-몸 부딪침과 격자는 일련의 동작으로서 이루어져야 한다.


‘코등이 싸움’이란

상호 공·방간에 몸을 접근하여 코등이와 코등이의 다툼을 의미하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몸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공격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코등이싸움은 휴식시간이 아니며, 힘겨루기도 아니다.

-손잡이를 내리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충분히 펴도록 한다.

-목을 곧게 유지하고 상대와 키 경쟁하는 기분으로 상대하게 한다.

-그러나 몸이 앞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자세는 좋지 않다.

-코등이와 코등이가 서로 다투고 있음을 확인토록 할 것,

-서로 상대의 몸에 죽도를 밀어 붙이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하고,

-필요이상으로 힘을 주든가, 기세를 빼고 쉬지 않도록 한다.(김영학, ‘전공검도’)


<병서는 머리로 이해가 아닌, 철저히 몸으로 읽고 새겨야 한다.>



 

[병법35개조 27조항] 모서리 치기(126)


“적이 큰칼을 갖추고 접근 할 때

내가 큰칼로 맞받기도 하고 치기도 한다.

받거나 치거나

적의 모서리부터 공격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집단전투에 있어서도

적의 상태를 잘 파악하여 돌출부를 친다.

그곳이 약해지면 전체의 세력도 약해져 사기가 꺾인다.


적을 치기 위해서라면

몸과 마음, 큰칼 모두가 늘 치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잘 새겨야 한다.”


****************** 


<오륜서> ‘물의 장’에서

‘가능한 방법은 모두 시도하라’는 의미의

연속검법(연타), 이른바 ‘緣のあたり’를 설명한다.


“자신이 칼을 치고 들어가면

적은 그것을 쳐서 떨어뜨리거나 밀어젖히려한다.

이 순간에 한번의 치기로

머리건, 손이건, 발이건 가능한 곳을 가리지 않고 친다.

큰칼(다치)이 미치는 곳이면

무엇이든 어디든 단숨에 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緣のあたり’(연속검법, 연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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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타(연속공격)라고 한다.

일단 공격의 기회를 잡으면

비록 ‘모서리’일지라도 가능한 방법을 시도하여

상대를 일순에 밀어젖혀야 된다는 의미이다.


시합에 있어서 일본과 우리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본이 단타기술 위주라면, 우리는 연타기술이란다.

기술을 거는 거리도 일본은 일족일도의 거리를 준수하는 편이라면,

우리는 원간(遠間)에서 기술을 건다고 한다.


연타는 공격의 ‘기세(氣勢)’를 중요시 한다.

세찬 기세와 맹렬한 순발력이 필요하다.

땜 물 쏟듯, 절벽에서 돌 굴리는 듯한 기세로...


그러나 자제할 줄을 알아야 한다.

이종림 선생은 ‘승리의 비결은 자제’라고 강조한다.


“검도경기에서 승패는 그야말로 일순간에 난다. .....서두른다는 것은 검도경기에서는 가장 금기로 여긴다. 경기시간이 비록 5분이며 찰라에 승과 패가 결정난다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 것이며 1초 1초를 자제할 줄 알아야 경기에 이긴다. 상대가 아무리 약한 자라 할지라도 기회가 올 때까지 지긋이 기다리며 한순간을 위해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기회를 잡았을 때는 고양이가 쥐를 덮치듯 과감해야 하고 반대로 궁지에 몰린 쪽에서 반격을 해 오더라도 조금도 동요치 말고 연타로 승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간혹 경기중 한 판을 먼저 잃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수록 침착해야만 역전승을 할 수 있다. 시합때 대개 먼저 한 판을 딴 자는 방심하거나 그 한 판으로 승리를 얻으려고 소극적으로 피해다니는 수법을 쓰는데 이럴 떄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공격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면서 자제하고 기다리는 마음, 그것이 바로 검도의 묘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소극적인 상대를 기로 누르며 공격의 거리를 포착하려 할 때, 다시 말해서 빼는 상대를 따라 들어갈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는 상대가 물러간 후에 따라가는게 아니라 이 쪽에서 밀기 떄문에 물러나게 한다는 생각으로 밀고 갈 것이며 더 이상 밀려날 수가 없어서 다시 앞으로 나오거나 옆으로 피할 때가지는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협을 느끼고 어떻게 할 지 몰라 당황할 때까지는 공격하지 않는게 좋다. 한편 상대가 이판사판이니 공격이나 하자고 과감히 뛰어 나올 때는 일단 그 예봉을 피하고 반박자쯤 늦추어서 재차 공격하라.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절대로 물러나는 상대를 거리도 맞지 않고 기회도 없는데 도망가는 줄로만 알고 공격하다가는 이 쪽이 반드시 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몰 때는 직선으로 모는 것 보다는 약간 왼쪽으로 상대를 민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눌러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99년 ‘대학검도보’ 발췌)


 

[병법35개조 26조항] 잔심(殘心), 방심(放心)(125)


“ 잔심, 방심이란

때와 장소에 따르라는 것이다.


내가 큰칼을 쥐고서 여유를 보여

적이 방심하는 틈을 타 상대를 친다.

또 적을 칠 때 재빨리 일격에 친다.


잔심, 방심의 예는 여러 가지 있다.

잘 새겨야 한다.”


******************


특히 싸움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다.

검도에서는 방심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으로

‘잔심’을 강조한다.

유효타격인데도 ‘잔심’이 없어 득점으로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방심했다는 이유로 득점이 안 되는<취소되는> 경기는 검도뿐일 것이다)


*‘잔심’(김재일 선생)이냐 ‘존심’(이종림 선생)이냐의 용어논란이 있지만

‘방심’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의미에서는 같지 않을까?


잔심의 중요성을 ‘멧돼지 사냥’에 비유한다.

멧돼지는 성깔이 저돌적이지만 영리하기도 하단다.

다급하면 죽은 척하고 누워서 기회를 엿본단다.

창도 꽃혀있겠다...피도 흘리고... 축 늘어져 있다고

방심하고 다가갔다간 멧돼지에게 반격을 당한단다.


멧돼지가 숨을 다할 때까지는

(멧돼지는 숨을 다하면 다리를 하늘로 뻗는단다)

창을 겨누고 조금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냥꾼의 마음가짐이 잔심(=존심)이 아닐까?


‘현대검도’가 일본의 유래이고 보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도구가 칼이었던 전국시대의 일본,

(6살이면 훈도시 바람에 칼을 차고 다녔다니...)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경계’가 몸에 밸 수밖에 없는 ‘칼의 문화’,

일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긴장을 풀지 않는)

‘잔심’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존심(存心) : ‘어느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격하기 전에는 긴장하고 있다가 공격 후에 이겼다고 방심한다면 존심이 없는 것이다. 본래 마음이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음은 우물의 물과 같아서 쓸 만큼은 늘 퍼내도 줄지 않으며, 그대로 두어도 넘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좋은 우물도 오래 쓰지 않으면 물이 변해 먹을 수 없으며 때도 없이 함부로 퍼내면 마르게 된다. 존심이란 바로 이러한 자연의 조화처럼 한결같이 대처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검도하는 사람은 평시에도 예의를 지키고 존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존심은 그 자체가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다.’(대한검도회)



 

[병법35개조 25조항] 내가 적이 된다.(124)


“나 자신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대1의 싸움이건

많은 수의 싸움이건

검도의 달인을 만나건

적의 심리상태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른 채

약한 것을 강하다고 생각하고

도를 터득치 못한 자(엉터리)를 달인이라고 여기며,

소수의 적을 다수의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적으로 하여금 손끝 하나 안대고

이득을 챙기게 하는 것과 같다.

적의 입장이 되어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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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서> ‘불의 전략’에서

“ ‘내가 적이 된다’는 것은

적의 입장이 되어 바꿔 생각함을 말한다.


세상사를 보면

집안에 든 도둑이 관헌과 대치 할 때

사람들은 도둑을 집안에 가둬 놓고

그 도둑을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둑의 입장이 되어 보면

세상 사람에게 쫓겨 들어와

어쩔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약자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집안에 숨어 있는 도둑은 꿩이고

그 도둑을 쫓는 사람은 매다.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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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시 두렵지 않은 자가 있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두렵기는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知彼知己 百戰不殆’는 과학이며 진리이다.

큰 싸움이든 작은 싸움이든,

적과 나를 알고 싸운 전투에서 패배한 역사는 없는 듯싶다.


특히 적을 안다면 두렵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상대를 아느냐(知彼)이다.


검도는 ‘감(感)’이라고 한다.

‘감’이란 깊은 수련에서 결과하는

상대방의 눈빛, 검선, 기술, 힘, 수련정도 등을 감지하여

대처하는 직감력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오감(五感)으로 상대의

눈빛(色), 기합(聲), 기품(香), 칼 맛(味), 몸싸움(觸) 등에서

감지되는 상대의 기량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반사기술이 작동되는,

오랜 수련과 경험에서 나오는

자기 확신적 직감이다.


검도의 ‘知彼知己’는 ‘땀’에서 단서를 찾는다.

오랜 수련에서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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