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輪書(空) : ‘검의 길은 道理이다’⑤


미야모도 무사시(宮本武藏)가 오륜서를 저술한 것은 1643년 그가 죽기전,

나이 耳順이 되던 해였다.

운암사(雲巖寺)라는, 후미진 조그만 암자에서

관음보살을 모시고 求道중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젊은 시절에 생사를 넘나드는 검객으로서,

난세의 낭인으로서, 급변하는 세상을 접하면서 살인검의 한계를 절감했으리라,

그러면서 ‘검은 나이 먹어가는 인생’임을 터득 했는지도 모른다.

검의 길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활인검(엄한 자기 통제와 수양)으로서의 구도자의 길이 아닌가 -

관세음보살에 합장하면서 ‘耳順(이순)의 劍’이 ‘空’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空’을 서술했다.

“공이란 아무것도 없고, 인간이 알 수도 없는 경지를 의미한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이치가 없는 바를 깨닫는다.

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공이다.”


“무사는 병법의 도를 확실히 깨닫고 무예를 익혀서

바람직한 무사의 길을 명백히 잘 이해하여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한다.

항상 부지런히 지혜와 힘을 갈고 닦아 마음의 눈을 맑게 하며

한 점 구름이나 거리낌 없는 깨끗한 상태야말로

참된 공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참된 도리를 모를 때는 불교의 가르침이건 세상의 법칙이건

모두 자신만이 바르다고 착각하기 쉽다.

세상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개개인의 마음과 견해가 비뚤어졌을 때는 옮은 길을 걸을 수 없다”


“올바른 정신을 근본으로 삼고 진실한 마음을 깨달아

병법을 폭넓게 실행하고 바르고 분명하게 대세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空이 道理요, 道理가 空임을 안다”


“空에는 善만 있을 뿐, 惡은 없다.

병법의 지혜, 병법의 도리, 병법의 정신, 이 모든 것을 갖춤으로서

일체의 집념에서 벗어난 공의 참경지에 도달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의 칼 솜씨는 莊子이다.

趙文王은 칼싸움 경기를 투계(鬪鷄)의 싸움을 보듯이

좋아함이 지나쳐 장수들의 사상자만도 한해에 100여명을 넘으니

신하들이 근심되어 莊子를 맞아 문왕의 검술취미를 버리도록 한다.

문왕 : “...세가지 칼이란 무엇이오?”

장자 : “천자(天子)의 칼, 제후(諸侯)의 칼, 서민(庶民)의 칼입니다.”

       “...서민의 칼은 살기에 차있어 한 번 올려치면 상대의 목을 자르고, 내려치면 상대의 창자를 자름이, 마치 투계가 싸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칼은 나라를 위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듣자하니 대왕께선 천자의 지위에 계시면서 비천한 서민의 칼싸움놀이에 매혹되어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문왕이 ‘왕의 道理’(깨달음)를 찾음은  물론이다.(莊子, 雜篇;‘說劍’)


오늘날 검도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까?

 


 

五輪書(風) : ‘검술의 비법은 없다’④


바람은 바람일 뿐,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각 유파의 고유한, 나름대로의 기법이 있겠지만,

거기에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

(知彼知己者 百戰不殆, 孫子兵法 ‘謀攻’).

여러 유파(流派)의 기법들의 장단점을 안다는 것은

병법의 전략적 측면에서 소중한 것이다.


미야모도무사시(宮本武藏)는 ‘바람(風)의 장’에서

다른 유파(流派)의 검법에 관한 결점들에서 교훈을 얻는

검법의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유파들의 결점에서 자신의 기술을 지킨다.

-칼의 길이에 연연하지 마라

검리를 모른 채 긴 칼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나약한 방식이다.

검법을 모르는 자들이 “한 치만 길어도 그 만큼 유리하다”를 맹신한다.

-강한 칼이란 무의미하다

오로지 ‘강하게’만 집착하면 지나치게 긴장을 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상대의 큰 칼을 세게 치면 나의 칼도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가장 강한 칼’은 의미가 없다.

-요령보다는 정석(곧고 바른 칼)을 써라

맞받기, 엇갈리기 등 잔재주만 의존한다면 선수를 빼앗기고 후수가 된다.

병법의 길이란 곧고 바른 것이다.

정도로 몰아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마음이 가장 강한 칼이다

검법의 상품화는 배척되어야 한다.

나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상대로 하여금 마음이 비틀어지거나 흔들려서 평정을 잃게 한후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가 있으되 자세는 없다’

싸움에서는 선수를 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자세’란 적이 선수치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은 것으로 후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세는 있되 자세는 없다’.

-단순히 보지 말고 꿰뚫어 보라

싸움에 익숙해지면, 상대의 강함과 약함을 알게 되고,

도를 터득해 큰칼의 거리, 속도까지 볼 수 있게 된다.

병법에서 ‘注視(주시)’라는 것은 상대의 심리상태를 읽는 것이다.

-‘발놀림’ 박자를 놓치지 마라

유파마다의 발놀림 자세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불충분한 것이다.

적이 당황하며 허물어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적에게 빈틈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빠름보다는 노련함(여유)가 중요하다

병법에서의 빠름이나 서두름은 좋지 않다.

적의 ‘베갯머리를 누르는’(기선을 제압하는) 기분으로 이쪽은 조용히 하고,

끌려 다니지 않도록 하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비법 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유파마다의 오묘한 비법을 내세우지만 싸움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배우는 자의 지혜로 여러 유파의 결점을 버리고 자연스러운 무사도의 진리를 깨달음이 중요하다.


雖誦習多義 가르침을 외어 도리를 많이 안다 해도

放逸不從正 방일하여 바른길에 이르지 않으면

如牧數他牛 남의 소떼 셈하는 소몰이꾼에 불과해

難得沙門果 사문과(得道;깨닫기)를 얻기 어려우리 -法句經 ‘雙敍品’-

<배운 만큼 버리는 것도 기술이다>

<어깨의 힘, 두려움...승부욕(貪), 화냄(嗔), 어리석음(痴)도 덤으로 버려라>

 

五輪書(火) : ‘결심한 싸움은 이겨야 한다’③


火計로 말한다면, 三國志의 그 유명한 赤壁江 戰鬪가 아니겠는가?

10만이 넘는 曹操(魏나라)의 水軍이 진을 치고 있는 적벽강,

이에 맛선 漢·吳의 연합군은 겨우 3만,

그러나 諸葛孔明의 계절풍을 이용한 火攻戰法은 삽시간에 曹操軍을 무력화시켜,

曹操로 하여금 다시는 남쪽을 엿볼 수 없게 하였다.


孫子는 ‘火攻’편에서 ‘불(공격)을 놓는 데는 때가 있다(發火有時)’고 하였다.

아무 때나 불을 놓거나 공격(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 때문에 전쟁을 해서는 아니 되며(主不可以怒而興師),

장수도 분노 때문에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將不可以溫而致戰)”고 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한때의 노여움이나 분노는 해소되어 즐거워 질 수 있지만,

한번 패하면 복구할 수 없음이리라,

하물며 목숨을 노여움이나 분노로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국가의 존망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미야모도무사시(宮本武藏)는 ‘불(火)의 장’에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전투(싸움) 기술’을 기술하고 있다.

그 만큼 뜨겁고 격정적이기 때문에 불에 비유하였음이리라.

‘땅(地)의 戰略’ 이나 ‘물(水)의 戰術’ 과는 달리,

‘불(火)의 戰鬪’ 에서는 직접 몸과 몸이 부딧치고,

칼과 칼이 부딧쳐 불꽃(火) 틔는 살생(승부)의 테크닉이다.

發火有時 - 신중하되,

그러나 싸움(火)을 결심했다면 이겨야 할 것이다.


‘승부(실전기술)에 관한 내용’을 선별적으로 요약해본다.


-공간을 유리하게 확보·활용하라

-‘先手걸기’(선의 선, 후의선, 대등의 선)

-‘베개 누르기’(머리를 들지 못하도록 기선을 제압하라)

-‘渡 건너기’(위기를 넘겨라)

-‘기세 파악하기’(상대의 약점을 찾아라)

-‘劍 밟기’(철저하게 짓밟아라)

-‘허물어 질때’를 놓치지 마라

-‘4개의 손풀기’(교착상태에서 벗어나라)

-‘그림자 움직이기’(계략을 써라)

-‘그림자 누르기’(동향을 파악하라)

-‘옮겨 놓기’(심리전을 써라)

-균형을 잃게 하라

-상대에게 겁을 주라

-‘얽히기’(혼돈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라)

-‘모서리치기’(급소를 처라)

-상대를 허둥대게 하라

-기합(소리)으로 기세를 꺽어라

-‘뒤섞이기’(공격리듬을 타라)

-단숨에 무찔러라

-같은 기술을 세 번 이상 하지마라

-‘뿌리째 뽑기’(상대에게 여력을 주지마라)

-과감하게 전법을 바꿔라

-대세를 잊지마라

-‘장수는 병졸을 안다’(주도권을 잡아라)

-‘바위같은 몸(마음)’을 가져라


 

五輪書(水) : ‘물 흐르듯 하라’②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불은 생명의 에너지로서 삶의 동인(動因)이다.

세상에 귀하고 고마운 것을 물에 비하랴?

고마움 만큼 두려움도 있어 경계도 해야 함이니,

연중행사처럼 찾아오는 공포의 물(홍수) - ‘水魔(수마)’라고 하지 않는가?


따지고 보면 天災라기 보다는 人災가 아니던가?

‘물길’ - 물에 길(道)이 있음을 왜 모를까?

수로를 정비한답시고 곧게 물길을 만든다든가,

미화를 한답시고 천연석을 파헤쳐 옮기고,

(불법)편의시설을 만들고...물길을 막고 水理(수리)를 역행하니...

‘水魔’로 변할 수밖에...

어느 해 여름인가 산골짜기 유원지의 ‘水魔’의 악몽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물의 이치를 병법에 원용하고 있다.

孫子는 ‘虛實(허실)’편에서

‘무릇 병법(군사운용)은 물과 같아야 한다’(夫兵形象水)고 하였다.

물 흐르듯 전술을 구사하여야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강한 곳은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해야한다(避實而擊虛).

물은 지형(물길)에 따라 흐름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전술운용도

상황에 따라 허실강약(虛實强弱)에 의해 승리를 획득해야 한다.

물이 일정한 형태가 있는가?

싸움도 일정한 형태에 매일 필요가 없음이다(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


미야모도무사시(宮本武藏)는 

‘땅(地)의 장’에서 검의 ‘戰略’(마음가짐)을 다루었다면,

‘물(水)의 장’에서는 검의 ‘戰術’을 다루었다.

그는 이르기를

“二天一流(니덴이치류)의 근본은 맑은 물 같은 마음으로써...

칼 쓰는 솜씨(전술)를 기록하고 있다”고 함은

맑은 물(바른 마음)의 의미도 있겠지만,

‘물의 순리’(거역할 수 없음)로서 니덴이치流의 검술을 기록했음이다.


검도의 몸짓에 와 닿는 ‘물의 원리’를 선별적으로 요약해 본다.

 

-평상시의 몸가짐으로 싸워라

-예의 주시(注視)하라

-가장 중요한 자세는 '중단세‘이다

-기술과 능력을 조화시켜라

-큰칼을 살려라

-자세(형식)에 연하지 마라

-일격에 처라

-대범하라

-호흡에 유념하여 순간을 포착하라

-상대의 시도를 단호히 차단하라

-온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움추리지 말고 밀어라

-끈질기게 맞서라

-몸으로 부딪처라

-기합을 넣어라

-기선을 잡아라

-통찰(直通)하라

 

五輪書(地) : ‘좌우명을 지녀라’①


미야모도무사시(宮本武藏)는 <오륜서>에서

병법을 地·水·火·風·空의 다섯 마당(장)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병법의 전개는 내용 못지않게

그가 佛子로서 求道者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地·水·火·風·空이란

불교(가 이루어질 당시의 인도)에서는 물질(色)은 地水火風의 4가지 요소

이른바, 四大라고하는

地-견고한 자성, 水-습한 자성, 火-따듯한 자성, 風-움직이는 자성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으니,

인간의 육체적(물질적) 조직도 이른바 四大가 일시적 인연으로 假合하여

성립된 것에 불과(연기적 존재)하다고 하였다.

그러니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空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色卽是空 空卽是色 - 般若經의 중심사상(空觀)을 병법마당에 빌렸다.

殺氣어린 난세의, 냉엄한 검의 세계에서 검객으로서의,

어쩌면 浪人(벼슬이 없는 무사)으로서의 극도의 긴장을 불심에 기대어

死生(승부)차원을 뛰어 넘어 인생을 통찰하는 空觀을 갖게 되었으리라...


그는 병법제일의 전략을 ‘땅(地)의 장’이란 이름으로 펼친다.

땅이 무엇인가?

땅을 밟지 않은 인간이 없으니, 땅에서 태어나 땅에 묻힌다.

땅은 존재의 원형이며 그 원형은 空이다.

空은 마음이 자리한 곳인 바,

이 근본인 마음에 의해 사물(칼도 물론)이 주재되니 마음가짐이 으뜸이다.


무사시는 땅의 장에서,

“검술만으로는 진정한 도를 얻을 수 없는...”

“길에 옥석을 깔아 땅을 굳게 만든다”라고 언급하였으니,

武士의 道로서 근본적인(地) -무사의 길을 다진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무사에게는 마음가짐이 으뜸(地)이다>


그는 “병법을 배우고자 하는 자는 9가지 기본법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하였으니,

검도인의 좌우명(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심(邪心)을 품지 말것.

-도를 엄격히 수행할 것.

-널리 여러 가지 예(藝)를 갖출 것

-갖가지 기능의 도를 알것.

-합리적으로 사물을 분별할 것.

-매사에 직관적 판단력을 기를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간파할 것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 것

-별로 도움이 못되는 일은 하지 말것.


孫子는 ‘始計’편에서 ‘地’略으로

‘地者遠近險易廣狹死生也’라고 하였으니.

싸움에서의 거리의 원근,

지세의 험난, 넓은가 좁은가, 死地인가 活地인가 등의

지리적 조건이 중요한 전략임을 강조하였다.

무사시의 ‘땅(地)의 장’도 孫子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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