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劍(보)’
정웅
연하장이라든가, 축하메세지에 즐겨 쓰는 문구(덕담) 중의 하나가
‘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이다.
이는 당나라 운문종(雲門宗)의 종주(宗主)인
운문문언(雲門文偃, 865-940)선사의 법문에서 유래하였단다.
어느 보름날 법문을 하시다 대중에게 묻기를
“보름전은 묻지 않겠거니와 보름 후는 어떠한가?”라는 선문(禪問)이다.
이때 대중이 잠잠해 있자
“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였다고 한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사는 일이 진정한 중생의 생활이라는 것이다.
‘그날그날이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안다면
매일 매일을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살아야 한다 함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과거에 대한 미련도 집착 말아야 한단다.
‘지금-여기’에서 ‘열심히 즐겁게’ 사는 것이 수양이고,
평상의 道라 함이리라.
疾風怒雨 禽鳥戚戚 질풍노우 금조척척
霽日光風 草木欣欣 제일광풍 초목흔흔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
人心 不可一日無喜神 인심 불가일일무희신
세찬 바람과 성난 빗줄기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 맑은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하니
천지에는 하루도 화기(和氣)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 마음엔 하루도 즐거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菜根譚>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무언가 즐겁게 한다는 것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 동네 친구들과 ‘놀이 삼매’에 빠져 숙제는 물론이고
끼니도 잊고 노는데 열심인 경험이 있으리라.
또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야말로 무념무상(?)이요, 무아, 몰아이다.
신라 때 백결(百結)선생 이야기다.
섣달 그믐날, 남들은 떡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어 설 쇨 준비에 바빴으니,
가난뱅이 아내, 참다못해 설 차림 하소연을 하였다.
이에 백결선생은 거문고를 들고 ‘방아 타령’을 뜯었으니,
이것이 유명한 대악(碓樂, 오늘날 전해지지 않음)으로
동네 사람들이 백결선생 집에서도 떡방아를 찧는 줄 알았단다.
얼마나 열심이었을까? 얼마나 즐거웠을까?
‘대악삼매’의 경지를 알 듯싶다.
흔히 ‘전문가(프로패셔날)’라는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무념무상, 무아지경, 몰아, ‘삼매’에 빠진 사람들이다.
정주영, 조수미, 조용필, 김연아 등이 그렇다.
“1등을 위해 스케이팅을 했다면 훨씬 전에 그만뒀을지 몰라요.
...연기할 때 떠오르는 그 즐거움, 발끝의 느낌을 잊지 못해요[김연아].”
에디슨은 "나는 단 하루도 일한 적이 없다. 항상 즐겼을 뿐이다"라고 했다든가?
‘검도삼매’라고 한다면,
열심히 하니 즐겁고, 즐거우니 열심히 하게 되는
그래서 무념무상해지는 경지가 아닐까? ‘대악삼매’에 비유될까마는,
유난했던 더위도 꼬리를 내렸으렷다.
日日是好劍(날마다 즐거운 검이 되소서)
(20100829'說劍')
***
행동의 동기와 목적을 즐거움(快)에 근거한다는 것이 쾌락주의의 출발이다.
그러나 진정한 쾌락은 바르지 않으면 고통임을 인간은 성찰하게 된다.
‘즐거워야’[목적론]하지만 ‘바르게’[의무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도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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