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庖丁解牛’一考, <검의 달인 되려면....>(93)


‘포정해우(庖丁解牛)’란 포정이 소를 잡는다는 말로,

어떤 분야에 전념하여 거의 달인의 경지에 들어선 경우를 가리킨다.

오랜 기간에 걸쳐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이른바 ‘도통(道通)’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소 잡는 백정(白丁)도 그런 경지에 든 이가 있다.

제(齊)나라 백정 도우토(屠牛吐)의 칼은 하루아침에 9마리의 소를 잡고도 털을 자를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포정(庖丁)은 무려 19년 동안이나 칼을 갈지 않았다고 한다.


포정은 중국 전국(戰國)시대 문혜군(文惠君: 양<梁>나라 혜왕<惠王>)의 주방장이었다.

소를 잡는데 ‘도통(道通)하여’ 소 한 마리 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운다.

뿐만 아니라 그 솜씨가 놀라워 손놀림, 어깨로 둘러메는 것, 발 디딤, 무릎 밀침, 살점을 쪼개는 소리, 칼로 두들기는 소리가 마치 뽕나무 숲에서 춤을 추듯 음악에 맞고 조화를 이루었다.

어느 날 포정은 문혜군 앞에서 소 한 마리를 잡아 보인다.


문혜군이 감탄하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하면 이정도의 경지에 이르는가?"

그러자 포정은 칼을 옆에 놓고 말했다.

"제가 뜻을 두고 있는 것은 도(道)이지 기술이 아닙니다.

저도 처음 소를 잡았을 적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던 것이 3년이 지나고부터는 겨우 칼을 찔러야 할 곳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심안(心眼)으로 소를 대하고 있고 육안(肉眼)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눈의 작용이 멎으니 정신의 자연스런 작용만 남습니다.

천리를 따라 소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의 커다란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이 생긴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 한 번도 칼질을 실수하여 살이나 뼈를 다친 일이 없습니다.

하물며 큰 뼈야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솜씨 좋은 칼잡이가 1년 만에 칼을 바꾸는 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보통 칼잡이는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이는 무리하게 뼈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 칼은 19년이나 되어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과 같습니다.


뼈마디에는 틈이 있으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틈에 집어넣는 것이므로 아무리 써도 날이 상하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근육과 뼈가 엉긴 곳에 이를 때는 긴장하여 경계하며 칼의 움직임을 아주 미묘하게 합니다.

이윽고 털썩하고 살 전체가 흙덩이처럼 뼈에서 떨어져 나오면

그때서야 긴장이 풀어집니다.

그런 다음 칼을 들고 일어나서 둘레를 살펴보며 흐뭇해하면서,

이윽고 냉정을 되찾은 후, 칼을 닦아 칼집에 넣습니다."

이에 문혜군은 감동하여 말했다.

"훌륭하구나. 나는 그대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의 도를 터득했다."

<출전 : 장자, ‘養生主’편>


검도의 경지를 3단계, ‘수파리(守破離)’에 비유한다.

이른바, 스승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기초기본에 충실하는 단계가 ‘수(守)’라면,

‘파(破)’는 다른 유파의 좋은 점까지 체득하여 스승이상의 실력을 쌓는 단계,

그리고 ‘창의적 경지’, 즉 ‘완전한 자유’ 에 이르는 고도의 단계를 ‘이(離)’라 한다.


포정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찔러야 할 곳을 알았다’고 하니,

수(守)의 경지에 이르기 까지 얼마나 많은 칼을 부러 뜨렸을까?

(보통 칼잡이는 한달, 숙달자는 1년에 1번...)

또 긴장하고 경계하여 칼을 다루기를(破) 얼마나 하였을까?

19년간 수천마리 소를 잡아 심안(心眼)이 되니(離), 남 앞에서 시연을 보인다.


흔히들 말한다.

‘좋은 스승을 찾기 위해 3년은 허비해도 좋다.’고 한다.

‘검도의 기초를 다지는데 3년은 걸린다.’고도 한다.

‘타격대 3년’이라고도 한다.

남 앞에서 시연을 보이려면 몇 년이 걸릴까?


일본의 검성(劍聖) 모치다(持田盛二)선생은 유훈(遺訓)에서

“...나는 검도의 기초를 몸으로 익히는데 50년 걸렸다.

60세가 되어... 마음을 단련시켜...

70세가 되어...이때는...내 마음이 거울에 그대로 비춰진다.

80세가 되니 드디어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잡념이 생긴다. 이 잡념이 들어오지 않게 나는 지금도 수행하고 있다...”

심안(心眼)의 ‘검도경지’는 멀고도 멀다.

(20031211)

'설검(說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희가 검도를 아느뇨?"  (0) 2005.10.03
검도일인자...  (0) 2005.10.03
人間世  (0) 2005.10.03
觀行之道  (0) 2005.10.02
원숭이처럼 바쁘게  (0) 2005.10.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