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位一體’一考 <지·검·체가 하나가 되어야> (135)
일상에서 ‘삼위일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를테면 정부 캠페인의 하나로 익숙하게 들어온
‘민·관·군이 삼위일체가 되어 환경보호에 힘쓰자’를 비롯하여,
교육현장에서는 교사·학생·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학습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경제현장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대책과 카드사(기업)의 방만한 경영, 소비자의 신용의식 부재’가 삼위일체가 되어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부·모·자식의 삼위일체야 말로 가정화합의 근간임은 말할 나위 없다고 열을 올린다. 아무튼 세 가지만 있으면 써먹을 수 있는 에너지 상승작용의 상징적인 용어가 바로 ‘삼위일체’가 아닌가 싶다.
숫자의 상징성은 신비할 정도로 우주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 영향력을 미쳐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숫자로서 ‘3’은 창조력, 이원성을 극복한 전진운동, 통합(조화)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3’은 ‘모든’이라는 의미의 최초의 숫자이며 처음과 중간과 끝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전체를 나타내는 숫자라고 한다. 이른바 1(양)과 2(음)가 합쳐져 만들어진 숫자이며, 즉 음양이 합해진 숫자이기 때문에 음양이 하나로 된다고 한다. 1이 양을, 2가 음을 뜻하는 숫자라면 3은 음과 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완전한 존재라고 한다.
따라서 3이 상징하는 바는 창조이면서 통합(조화)이기도 하다.
삼위일체는 이 같은 ‘3’이라는 상징성(창조·통합)에서 비롯되는바 종교적 의미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성부(聖父)와 성자(聖子)와 성신(聖神)의 삼위일체를 신앙의 요지로 하고 있는 기독교가 그렇고, 불교도 삼보(三寶), 즉 불교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부처(佛), 부처의 가르침(法), 스님(僧)에 귀의할 것을 요지로 한다. 도교는 삼재(三才), 즉 天·地·人의 삼신일체를 요지로 하고 있다. 단군조선의 건국신화에서도 단군의 아버지 환웅(桓雄)이 천제(天帝) 환인(桓因)으로부터 받아 가지고 왔다는 천부인(天符印),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3인도 창조와 조화의 상징이다.
이렇듯 ‘3’이라는 숫자에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서 선호하며, 창조와 안정·조화의 에너지 작용을 믿기도 한다.
검도에서도 예외 없이 삼위일체를 강조한다.
기(氣)·검(劍)·체(體)일치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심기력(心氣力) 일치, 심형도(心形刀)일치, 심안족(心眼足) 일치 등이 있으나
대체로 몸과 마음 그리고 검을 의미하는 기검체(氣劍體) 일치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기검체 일치야말로 검도의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서
‘기는 의욕과 기력을 뜻하며 검은 검의 적절한 사용을 뜻하고,
체는 공격 동작에 요구되는 신체 각부의 근육의 힘과 죽도를 쥐는 힘, 타격, 그리고 신체 이동을 뜻한다. 이와 같이 기·검·체는 지극히 타이밍에 일치하고 또한 리드미컬한 공격행동이다’(대한검도회)라고 ‘기검체 일치’를 정의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표출되는 기검체 일치는 발 구름과 검의 격자 그리고 기합이 동시에 이루어 질 때를 의미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검도경기시 유효격자 조건을 보면 ‘충실한 기세(기)’와 ‘적법한 자세(체)’로 ‘.....올바른 격자(검)’를 충족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결한다면 격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충족요건’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며, 기준을 세울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심판의 ‘자의성(恣意性)’이 종종 문제되지만 ‘기검체 일치’여부판단은 심판의 권위이며 권한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자족감일 것이다.
단순한 외형적인 조화차원(삼위일체)을 넘어
‘바른 마음(氣)’과 ‘몸가짐(体)’ 그리고 ‘절제된 칼(劍)’이 일체를 이루어
‘3’이 상징하는 창조·조화적 삶의 에너지로 상승작용하는 검도인으로서의 자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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