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書讀法’一考<병서는 몸으로 읽어라>(36)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까?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애환을 노래에 흘리다 보니, ‘노래방 행사’가 회식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함도 흠이 되는가? 그래서 가요학원도 성업이다. 노래강사가 권하는 ‘노래 잘 부르기’ 비법 중에 주목할 할 만 것이 노래가사의 ‘감정 살리기’이다. 음치에 가까울 지라도 가사에 담긴 멧세지의 감정을 소화하고, 게다가 표정관리까지 한다면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연극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으리라.
신라시대의 성벽그림의 배경과 배우들의 옷과 분장기술일 따름인데도, 우리는 아득한 1000년전 고도의 신라 성곽에서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고 하지 않는가?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감정이입, 동일화 개념이다.
공연자의 감정이 관객에게 이입되어 동일화되는 것이다.
배우들의 공연술도 중요하지만 관객의 관람·심취태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독서법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든다면, <오륜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읽기로 한다면 150여쪽에 불과하여 한 두 시간이면 족하리라.
눈으로, 뇌로 읽을 것인가?
‘독서를 잘하는 자는 내용을 완전히(眞髓) 알아 저절로 춤이 추어지는 (몰아)경지에 이르러야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본질에 이른다(善讀書者 要讀到手舞足蹈處 方不落筌蹄)’, -菜根譚-
연극(공연)을 하듯이, 노래하듯이, 감정·분위기를 살려서 몸으로 읽어야 한다.
예컨대, 오륜서 ‘불(火)의 장’의 ‘싸움위치 정하기’에서 -
“...태양을 등지고 서야한다. 태양을 등질 수 없을 때는 오른쪽에 태양이 오도록 자세를 잡아야 한다.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불을 등지거나 오른쪽 옆에 오도록 한다. ....왼쪽 옆을 넓게하고 오른쪽은 좁혀서 태세를 갖춘다. 밤에도 불을 뒤로 하고 불빛을 오른쪽에 두어라.”
17세기 전국시대, 칼만이 믿을 수밖에 없는 난세에, 전기불이 아닌 달빛이나 촛불일 수밖에 없는 긴장된 밤중에 부닥친 불청객(자객)을 맞아 상대한다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칼을 잡고 희미한 불빛을 등지고 왼쪽 공간을 많이 활용하면서 가상의 적과 대치해 보라. 온몸에 땀이 나지 않는가.
해법은 무엇인가?
미야모도 무사시(宮本武藏)가 ‘오륜서’에서 매 단락마다 반복 강조하는 ‘呪文’(?)이 있다. “잘 생각해야 한다” “잘 연구해야한다” “잘 새겨야 한다”“잘 연마해야 한다”라는 진언(眞言)>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검술(특히 skill의 사실적.심리적 묘사)을 글이나 그림으로서 전수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할지도 모르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면대면(面對面), 몸으로 비전(秘傳)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각 流派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륜서>도 예외는 아닌바, 무사시도 ‘몸짓 같은 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잘 새겨야 한다’ 같은 呪文을 계속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몸짓을 상황에 맞추어 재연해보면서, 생각하고, 연구해서 나의 검술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병서는 몸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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