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書讀法’一考<병서는 몸으로 읽어라>(36)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까?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애환을 노래에 흘리다 보니, ‘노래방 행사’가 회식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함도 흠이 되는가? 그래서 가요학원도 성업이다. 노래강사가 권하는 ‘노래 잘 부르기’ 비법 중에 주목할 할 만 것이 노래가사의 ‘감정 살리기’이다. 음치에 가까울 지라도 가사에 담긴 멧세지의 감정을 소화하고, 게다가 표정관리까지 한다면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연극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으리라.

신라시대의 성벽그림의 배경과 배우들의 옷과 분장기술일 따름인데도, 우리는 아득한 1000년전 고도의 신라 성곽에서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고 하지 않는가?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감정이입, 동일화 개념이다.

공연자의 감정이 관객에게 이입되어 동일화되는 것이다.

배우들의 공연술도 중요하지만 관객의 관람·심취태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독서법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든다면, <오륜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읽기로 한다면 150여쪽에 불과하여 한 두 시간이면 족하리라.

눈으로, 뇌로 읽을 것인가?


‘독서를 잘하는 자는 내용을 완전히(眞髓) 알아 저절로 춤이 추어지는 (몰아)경지에 이르러야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본질에 이른다(善讀書者 要讀到手舞足蹈處 方不落筌蹄)’, -菜根譚-


연극(공연)을 하듯이, 노래하듯이, 감정·분위기를 살려서 몸으로 읽어야 한다.

예컨대, 오륜서 ‘불(火)의 장’의 ‘싸움위치 정하기’에서 -

“...태양을 등지고 서야한다. 태양을 등질 수 없을 때는 오른쪽에 태양이 오도록 자세를 잡아야 한다.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불을 등지거나 오른쪽 옆에 오도록 한다. ....왼쪽 옆을 넓게하고 오른쪽은 좁혀서 태세를 갖춘다. 밤에도 불을 뒤로 하고 불빛을 오른쪽에 두어라.”

17세기 전국시대, 칼만이 믿을 수밖에 없는 난세에, 전기불이 아닌 달빛이나 촛불일 수밖에 없는 긴장된 밤중에 부닥친 불청객(자객)을 맞아 상대한다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칼을 잡고 희미한 불빛을 등지고 왼쪽 공간을 많이 활용하면서 가상의 적과 대치해 보라. 온몸에 땀이 나지 않는가.

  

해법은 무엇인가?

미야모도 무사시(宮本武藏)가 ‘오륜서’에서 매 단락마다 반복 강조하는 ‘呪文’(?)이 있다. “잘 생각해야 한다” “잘 연구해야한다” “잘 새겨야 한다”“잘 연마해야 한다”라는 진언(眞言)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검술(특히 skill의 사실적.심리적 묘사)을 글이나 그림으로서 전수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할지도 모르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면대면(面對面), 몸으로 비전(秘傳)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각 流派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륜서>도 예외는 아닌바, 무사시도 ‘몸짓 같은 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잘 새겨야 한다’ 같은 呪文을 계속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몸짓을 상황에 맞추어 재연해보면서, 생각하고, 연구해서 나의 검술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병서는 몸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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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得樂之劍’<검도를 즐기는 방법>(35)


도덕적 정당성의 출발을 쾌락주의에서 찾지 않는가?

인간행동의 동기 및 목적을 ‘즐거움’에 근거한다고 한다. 검도를 하는 이유로 건강, 호신술, 마음수양, 성격개조, 정신집중 등의 목적하는 바가 있겠지만, 아무튼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선지자들은 ‘학문도 즐겁고’(學而時習之不亦說乎), ‘道도 즐겁다(同於道者 道亦樂得之)’고 한다. ‘깨달음’도 ‘極樂’으로 통함이 아니던가?  ‘즐겁게(잘) 살아야’(목적)하지만, ‘바르게 살아야’(의무)함도 물론이다. ‘즐거움’과 ‘바름’은 다르지 않음이다.


어떻게 하면 검도를 즐길 수 있을까?  바르게 할 수 있을까? 몇 가지로 나누어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목적접근법

조직관리에서 ‘목적접근’이론이 있다. 조직성원들의 갈등시에 조직의 목적을 상기시킴으로서 갈등해소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이를테면 친목조직의 경우, 정관의 제1조 목적(성원의 친목도모)에 성원간의 이견이 없을 것임에 갈등해법의 단서를 찾는다. 검도수련시에도 여러 가지의 자기갈등을 빚는다. 기술, 체력, 시간, 환경 등...이럴 경우, 왜 검도를 하는지 목적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검도를 하는 목적이 건강이 아니던가? ‘허리기술’이 좀 안되면 어떤가?” 목적의 상기에서 자기위안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목표접근법

목표란 달성하기 위해서 설정하는 것이다. 수련 목적에 따라 선수가 된다거나,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장기 목표가 있는가하면, 금년에는 초단에 입문을 목표로 한다든가, 몇 개월 후의 경기에 출전을 목표한다든가, 이번 달의 승급심사를 목표로 한다든가, 이 번주는 허리훈련에 목표를 둔다든가, 오늘은 체력보강 목표로 빠른머리 2천개를 한다든가....장. 단기 목표를 세워 실천을 할 때 즐거움이 만들어 진다. 즐거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3)비교접근법

이른바 준거인(reference man), 즉 자신의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다. 자신의 행동과 가치판단의 모범이 되고 표준이 되는 긍정적(positive) 준거인이 있는가 하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부정적(negative) 준거인이 있다. 영상매체를 통해서 또는 시합관전 등 정보를 통해서 외집단(they group)의 준거인도 좋고, 또는 내집단(our group)의 선후배동료검우 중에서도 좋다. 준거인(準據人)을 설정하여 자신과의 비교. 접근함을 즐기는 것이다.  


(4)문제접근법

문제란 무엇인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문제란 목적 및 목표달성에 장애 요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검도를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장애요인, 단점)가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사범으로부터, 선후배동료들로부터 문제를 파악할 수가 있다. 매너, 중단, 죽도 짜기, 걷기, 검선, 연격, 기본기술, 기합, 기량, 존심... 등에서의 문제들을 세밀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문제가 파악되었다면 서둘지 말고 하나하나의 문제를 풀어 감을 즐기는 것이다. 평생검도가 아니던가.


(5)참여접근법

검도는 상대가 있는 무도이며, 호면을 착용하면 남녀노소가 검력과 관계없이 리듬있게 어우러지는 참여적 무도이다. 매일 파트너를 바꾸며 다양하게 칼을 맞는다. 무거운 칼, 가벼운 칼, 신경질적인 컬, 유연한 칼, 부러운 칼, 닮고 싶은 칼, 이쁜 칼, 미운 칼, 까다로운 칼... 다양한 칼만큼이나 다양한 사고, 다양한 인생관, 다양한 세계관이 교감한다. 다양한 교검과 교감을 통해 ‘참여의 인간관계’를 즐기는 것이다.


(6)경쟁접근법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검도의 실력이 향상됨은 물론이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자기반성속에서 승부근성이 길러짐도 물론이다. 항상 라이벌관계, 까다로운 상대, 넘어야 할 상대를 설정하여 ‘타도대상’에 대하여 면밀히 연구하여 기술 등을 구사를 해보는 것이다. 성공했을 때의 자기만족의 즐거움은 실력향상으로 성숙해짐을 느낄 것이다. 경쟁 속에서 팀워크(劍友愛)가 다져진다. 경쟁과 협동(팀워크)은 본시 동일개념이다.


(7)일상(통합)접근법

생활의 한 부문, 일상으로 접근하여.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함으로써 검도를 즐기는 것이다. 목적, 목표, 비교, 문제, 참여, 경쟁접근 등을 총체적(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영상자료를 통해 일본의 노검사(미야모도, 79세)의 ‘인생역경’ 다큐멘타리를 보고 감동한 바가 있다. 그는 58세에 8단심사의 첫 도전을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24번째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담담한 모습으로 70대로서(79세)의 마지막이 될 25번째 도전을 내년에 다시 하겠다고 한다. 승부욕에 점철된 우리에게, 성공보다 ‘아름다운 실패’에 머리가 숙여진다. 일상이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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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交劍之感’一考<검도는 ‘감’이 있어야 한다>(29)


검도는 ‘감(感)’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사범의 가르침을, 상대의 마음을, 기량을, 타격기도 등을 감 잡아 ‘단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이란 무엇인가?

‘느낌’, ‘느낀 생각’, ‘감도(感度)의 준말’, ‘통신기기 수신의 예민함의 정도’ 등으로 어떤 일에 대해서 눈치로 대략 알아차리거나 확신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국어사전).

즉 깊은 수련에서 오는 상대방의 눈빛, 검선, 기술, 힘, 수련정도 등을 판단하여 대처하는 직감력을 의미하지 않는가 싶다. 좀더 정리를 하면, 검도의 감이란 오감(五感)으로 상대의 눈빛(色), 기합소리(聲), 기품(香), 칼 맛(味), 몸의 부딪침(觸) 등에서 감지되는 상대의 기량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반사(대처)기술이 작동되는, 오랜 수련과 경험에서 나오는 자기 확신적 직감이다.


흔히 ‘동물적 감각’에 비유를 하지만, 동물적인 감각이 생득적인, 선천적인, 본능적인 기질(성향)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면, ‘검도의 감’은 피나는 노력과 수련결과로서, 후천적 학습으로 길들여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천부적인 ‘감’이 있겠지만 갈고 닦지 않는다면 ‘감의 질(質)’ 제고는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하겠다.


어떻게 하면 ‘감’을 잡을까?

마음과 마음의 교감(交感)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한다면, 불선(佛禪)의 핵심사상으로 회자(膾炙)되는 ‘염화미소(拈花微笑)’는 교감(交感)의 진수(眞髓)로 심오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는데 하늘에서 축하의 꽃비가 내리니, 그 중에서 꽃한송이를 집어 들고(拈花) 대중에게 보이시나 모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으나, 끝자리에 앉아있는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웃음(微笑) 지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 : 인간이 원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미덕)과 열반묘심(涅槃妙心 : 번뇌를 벗어나 진리에 도달한 마음)을 가섭에게 준다.”하였다고 하여 이를 염화미소라고 한다. 많은 제자 중에 가섭존자만이 부처님의 염화(꽃을 듬)를 ‘감’잡아 미소를 지은 것이다. 이를 테면 ‘텔레파시’가 통하는 마음불교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가섭(迦葉)이 누구인가? 부처님 10대제자 중 두타제일(頭陀第一 : 수행제일)의 제자이다. 수행을 인정받아 석가모니 열반 후 제일지도자가 된 부처님의 수제자이다.  깊은 수행에서 오는 영적 교감이 아니겠는가? 오직 부단한 뼈를 깎는 수련만이 자기 확신적 직감력을 길러 영적인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김경남의 ‘검도정신’ 속에서도 해답을 찾아봄직도 하다(인터뷰 기사).

-나는 검도의 기본을 중시하고 자신에 맞는 검도를 하고 있다(하루 2시간 수련).

-기술습득 전에 반드시 할 수 있다는 마음자세와 득점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정신자세를 지닌다.

-상대의 공격에 조금이라도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는다(출전경험).

-자신이 시도하는 기술은 반드시 득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많은 연습을 통해).

-안된다는 느낌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말고 한 번 더 시도해 본다(연습과정 중에).

즉, 기본중시, 마음가짐, 자신감, 반복적인 연습, 출전경험 등에서 감을 찾을 것이다.


정말로 확신적 ‘감’이 작동되기를 원한다면 바보가 되라! 사범의 가르침을 믿고 진지하게, 우직하게, 바보스럽게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검도의 기초를 몸으로 익히는데 50년이 걸렸다.” 이 말은 일본 검성(劍聖)이라고 불리는 모치다(持田 盛二)선생의 유훈(遺訓)이다.

검도의 감을 잡는데 50년이 걸렸다니...정말 바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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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交劍之友’一考<호면은 가면이 아니다>(26‘)



‘효학반(斅學半 : 남을 가르치며 배움)’은 검도수련의 정신덕목으로 자주 인용되는 용어이다. <書經>‘說明’편에 나오는 말로 효학상장(斅學相長)이나 교학상장(敎學相長)과도 뜻이 통하는 말이다. 중국 殷나라 재상 부열(傅說)이 군주에게 훈고(訓告)하기를 “...‘가르치는 것과 배움은 절반이다(斅學半)’. 스스로가 실행 못할 것을 가르치면 듣지 아니 하니, 가르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수양을 쌓아야 하며,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곧 자기가 배우는 것이다(斅學相長)’...”라고 한데에서 유래되었다.


인간은 학습의 존재다. 가르치며 배우는 동물이다. 고수(高手)는 하수(下手)에게 가르치면서 발전하고, 하수는 배우면서 성장한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발전성장하는 것이다. 몸짓이 많은 검도수련에 적합한 말이다. 검도야 말로 다양한 수준(검력, 연령, 성별, 직업 등)이 어우러져 서로 칼을 교환하며 가르치며 배우면서 우의를 다지는 효학반의 진수를 이룬다.


호면을 쓰고 칼을 교환한다. 호면이 무엇인가? 호면을 가면(假面)인 양, 혹은 내 얼굴을 상대가 볼 수 없다는 복면(覆面) 쯤으로 여기고 칼을 휘두른다고 생각을 해 보라. 검도는 상대가 있는 관계적 무도로서, 제멋대로가 아닌 교검을 통한 마음을 다스리는 자아완성의 道라고 한다. 검도는 얼굴(표정)을 감추는 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검도는 예절로 시작해서 예절로 끝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호면(護面)에 있다.


[가면을 쓴 검도인은.....]

-포악스럽게 격자한다(특히 초보자,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힘으로 버티고, 밀어 붙친다(노약자에게).

-버티기만 일관하고 반격을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맞아 주기만 한다(하수에게).

-의도적으로 격자만 한다(상대의 격자기회를 만들지 않는다).

-가벼운 격자로 교만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상대에 따라 눈높이 조정을 모른다(초보자, 약자에게)

-기력(검력은 짧지만 기량과 센스가 충만)을 인정하려고 않는다(중고생에게).

-지나치게 눈에 보이는 배려를 한다(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정확한 기술걸음의 칭찬에 인색하다.

-기술과 상관없이 칼끝을 목에 걸친다.

-고수에게 들어가는 공격은 않고 기다리기만 한다.

-공격과 상관없이 상대의 죽도를 쳐서 떨어 뜨린다.

-상대의 실수에 과잉반응을 한다(아픈 부위 만지며 괴성).

-실수(잘못 타격 등)시 미안함을 표시 않는다.

-지도받지 않은 기술을 시도한다.

-잔기술(속임수)로 덤빈다.

-고수의 득점기술을 무시한다(머리 흔들흔들, 괴성으로 부정).

-득점 후 괴성(기합이 아닌)을 지른다.

-지도경기에서 칼이 거칠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또는 그 반대가 오고가는 속에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며 가르친다. 고수(高手)의 배려하는 마음과 하수(下手)의 감사하는 마음이 어우러질 때 우정이 다져진다. 다행이도 도장의 대형거울이 효학상장의 수련모습을 지켜보고 있음에 유념하라. 호면이건, 가면이건, 복면이건... 자신의 마음과 칼이 거울에 담아진다. 가르치는 뒷모습과 배우는 앞모습을 거울은 놓치지 않는다. 호면은 가면.복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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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劍’一考<취검에도 급이 있다>(25)


*도장 밖의 수련도 중요한 바, 그 중 하나가 취검(검도동호모임)일 것이다. 건강이 회복된 듯싶어 술을 몇잔하니.....만용도 예의거니 하고 사양하지 않다가 끝내는 ‘36계’...이 또한 취검수련에 예의가 아닐 것이다.

‘취검몽검’으로 변명해본다. 

 

취검의 기본은 여유형이니,

울음형, 푸념형, 설교형, 취침형은 경계할 지어다.

술잔에 희`노`애`락`이 있음이니

첫잔(拔刀)은 천천히 음미할지어다.


몸에 맞는 술을 택할지니

술 세다고 자만하지 마라

권한 만큼 반드시 내게 돌아오니.

폭탄주는 배우되 즐기지 말며

그 제조법 또한 배우되 권하지 말지어다.


女劍 사양 믿지 말며,

男劍 권주 방심 마라

겉은 눈으로 보고,

속은 술로 보느니.

쓸데 없이 전화말며,

명함 돌리지 말며

둘이 소근대지 말며

횡설수설 말지어다.


술, 안주, 대화는 하나이니

삼위일체에 게으르지 말지니

가끔은 기합(사자후)을 토해라

노래<방>도 좋으니라

 

이튼날 강평하지 말지어다


*고 조지훈시인은 술마시는 격조, 품격, 스타일, 주량에 따라 18등급으로 나누었으니,

이른바 '주도유던(酒道有段)'이다.


9급: 부주(不酒) - 아주 못마시진 않으나 잘 안 마시는 사람

8급: 외주(畏酒) - 마시긴 마시나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히 하는 사람

6급: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 좋아하면서도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

4급: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 마시는 사람

1급: 학주(學酒) - 주졸(酒卒)이라 하여,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9급부터 2급 까지는 술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학주(學酒)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입문,

초단부터는 칭호가 내려진다.

초단: 애주(愛酒) - 주도(酒徒)라하여, 술을 서서히 취미가 붙게 된 사람

2단: 기주(嗜酒) -주객(酒客)이라 하여, 술의 진미(眞味)에 반한 사람

3단: 탐주(耽酒) - 주호(酒豪)라 하여, 술의 진경(眞境)에 탐닉하는 사람

4단: 폭주(暴酒) - 주광(酒狂)라 하여, 주도(酒道)를 맹렬히 수련하는 사람

여기까지 보통 술꾼이라고 부른다. 이 이상은 술꾼이라기보다 고수(高手)로 분류된다.

5단: 장주(長酒) - 주선(酒仙)이라 하여, 주도 삼매에 든 사람, 점심때도 마시고 저녁때도 마심

6단: 석주(惜酒) - 주현(酒賢)이라 하여,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7단: 낙주(樂酒) - 주성(酒聖)이라,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8단: 관주(觀酒) - 주종(酒宗)이라 하여,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9단: 폐주(廢酒) - 열반주(涅槃酒)라 하여,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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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劍’一考<검도는 여성환경적 무도이다>(22)



21세기 환경은 여성적응`적합적인 모양이다.

남성의 고유기능으로 여겼던 분야들이 곳곳에서 파괴되고 여성들이 점령하고 있다. 정치, 경제, 법조는 그렇다 하더라도 군대, 경찰, 전투기 조종사, 경마기수 등의 분야까지도 여성 진출이 두드러진다. 더욱이 부동의 남성분야로 방심(?)했던 검도에도 여성반란이 일고 있다. 젠더(gender)개념이 모호해 진다.


얼마전 잠실에서 열였던 서울시장배검도대회에서의 전례없이 눈에 많이 띠는 여성심판들의 모습에 ‘모여성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성토(?)’장면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의 ‘사회생물학적’ 생명체는 기존의 ‘유전자 결정론’이 아니라 ‘환경과의 합작품’이라고 강조한다(최재천, 여성시대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궁리). 원래 질투는 수컷의 속성이란다. 암컷은 자신이 직접 낳는 자식을 의심할 이유가 없단다. 유전자에 대한 의심은 애당초 수컷에 의해 제기되는 바, 중세의 전쟁터에 나가면서 아내에게 채우던 정조대가 ‘수컷질투’의 전형물이란다. 여성심판의 대거(?) 등장에 심술이랄까 묘한 질투가 생기니 분명 ‘수컷의 속성’의 발로이리라...


사실, 검도는 그 어떤 운동(무도)보다도 여성환경적응적 무도이다.

죽도가 그렇고 호완, 호면이 더욱 그렇다. 진정으로 완벽한 ‘여성 보호구’를 두르고 사자후를 토하며 그 잘난척하는 남편을, 직장상사를 마음껏 죽도를 휘두르며 패고, 찌를 수가 있지 않은가? 그 代打모델이 그대(남성)라고 생각해 보라...끔찍하지 않은가? 검도는 여성무도이다. 

 

이제야 여성들이 눈치를 챈 모양이다. 여성검도인구가 늘고 있다니....., 노원검도관의 여성멤버는 위력적이다. 언제라도 테스크포스(Task Force)가 가능하다. 출전경험도, 출전성적도, 무엇보다 검도에 대한 애정도 남성들을 압도한다.

 

검도‘환경’이 (여성선호로)변하고 있는가? 제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여성심판할당제’같은-3명중1명은 여성심판으로 한다든지, 또는 주심은 반드시 여성심판으로 한다든지-규정을 둔다면, 여성검도의 저변확대는 물론, 판정시비도 없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아예 집행부 임원도 몇명은...대회시 경기안내 및 (관중)지도방송은 당연히 여성 몫이다.


평화(조화:正)는 상대(反)가 아닌 일체(合)일 때 다가 오는 것이다. 변증법의 원리가 아닌가? 남과 여, 프러스(+)와 마이너스(-), 남과 북, 좌파와 우파, 생과 사, 낮과 밤, 승과 패...는 서로 다르지(상대) 않으며, 독립된 개체도 아니다. 상생하며 존재(일체)할 때 평화로운 것이다.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老子‘2장’)라 하지 않는가?

있음과 없음, 어려움과 쉬움, 김과 짧음, 높음과 낮음...의 개념은 원래 없는, 비교시에만 생기는 작위적인 언어상의 구분일 뿐이며, 불필요한 ‘상대’를 유발하여 ‘무위자연’을 분열시킬 뿐이다. 우리들은 미망한 分別智를 반성하고 이분법적 사고 내지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여가 다르지 않거늘, 검도계의 여성바람은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질투(수컷)의 속성을 버리는 것이야 말로 상생하고 평화로울 것이다. (200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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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師範論’一考<검은 사범을 닮는다>(13)


어느 사범 밑에서 수련했느냐?

흔히 ‘관장(사범)을 잘 만나야 한다’라고들 한다.

(어느 무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무슨 말인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받들 때는 그 명령하는 바를 따르지 아니하고 그 행동을 따른다’

(下之事上也 不從其所命而從其所行, <禮記>)


미국 육군보병학교 교훈은 단 한마디!

‘Follow Me!(나를 따르라!)’

(우리의 보병학교도 같으리라, 후보생시절(67) 어깨에 ‘나를 따르라’를 부착했었다)

소대장은 뒷모습으로 가르친다.

전장의 병사는 말이 아닌 소대장 뒷모습을 따른다.


사범의 자세.행동.태도는 사범의 의도와 관계없이 관원들에게 무언의 학습(모델)이 된다.

관원이 모방한다는 점에서 ‘길잡이’로서의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무사의 언어는 몸짓이다>

<관원은 사범을 닮는다>


[유능한 사범은........]

-철학이 있다 : 관훈(평상심)으로 지도한다.

-카리스마가 있다 : 호면쓰기를 즐긴다.

-근성이 있다 : ‘패<승’을 좋아한다.

-무쇠덩이(수퍼맨)다 : 늘 본다(결근이 없다)

-빈틈이 없다 : 흠을 놓치지 않고 지적한다.

-평등주의자다 : 남녀노소 차별없이 벤다.

-권위주의의 반대다 : 휴머니스트다

-귀가 크다 : 경청을 한다.

-무겁다 : 검력보다 무겁다

-‘진선미’를 갖추었다 : 진(劍理), 선(道理), 미(心理)

-퍼스낼리티가 있다 : 자신의 ‘색깔’이 있다

-무엇보다 교육자다 : 연구하며, 계획성있게, 일관성있게, 열성적이다.

*어찌 따르지 않으랴....


武藝(무예)라 하지 않는가?

‘道에 뜻을 두고, 德에 근거하며, 仁에 의지하여, 藝에 노닌다’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論語>‘述而’6)


“... 검도사범과 검도지도자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사범이라 함은 기능적인, 전문가를 뜻하는 무도용어이지만 지도자란 인격을 구비한, 작은 재주로 남을 가르침이 아닌, 마음과 행동이 배우는 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종림 선생-

<훌륭한 사범은 훌륭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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