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活人劍’一考<사악한 내 마음을 베라>(11)
검이 인류역사와 같이 한다면, 검술은 본능이며 무의식에 잠재한 원형이 아니겠는가? 사내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노는 것이 칼싸움, 병정놀이가 아닌가? 제일먼저 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이 장난감 칼이 아니던가? 인간은 원래 투쟁적 존재이다.
검의 본래 용도인 베고 찌르는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검(무기)으로서의 유용성은 조총의 출현(무기체계의 발달)으로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무사정신의 원형을 검의 수련에서 根質을 찾는다면, 활인검으로서의 유용성은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수단)으로 시들지 않는다고 하겠다.
누구(무엇)를 베려 함인가?
<칼은 어떻게 잡고 어떻게 베느냐 보다는 칼을 잡는 몸가짐마음가짐으로 사악한 자신(의 마음)을 베는 심신수양으로 마침내는 道(자아, 무위자연, 깨달음)를 얻고자 함이다>
孫子는 ‘始計’편에서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로 국민의 생사와 국가존망 문제이므로 신중할 것을 시작으로 전략의 다섯가지 요소(道, 天, 地, 將, 法)를 들면서 그 첫 번째 전략으로 道(一曰道)를 제시하였다.
‘道者令民與上同意(도자영민여상동의)’!
상하일치단결, 즉 지도자를 중심으로 구성원(국민)의 한마음 한뜻이 싸움(전쟁)에 앞선 으뜸의 전략이라 하였다. 孟子도 ‘公孫丑’章에서 ‘天時가 地利만 못하고, 地利가 人和만 못하다’(天時不與地利 地利不與人和)하였으니, 구성원들의 일치단결이 ‘싸우지 않고 이김’의 선결조건임을 선지자들은 말하고 있다. 즉 상하가 한마음(同意) 한뜻(人和)을 이루는데 '道'에 의미를 두었다.
孫子가 '병법의 道'로서 '집단의 인화단결'을 제일전략으로 강조하였다면,
미야모도무사시는 '검의 道'로서 '개인의 수행'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시절(13세에서 29세까지)에 60여회에 걸친 겨루기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그가 노후에 쓴 ‘오륜서’에서 ‘오직 하늘의 道와 관세음보살의 功德(공덕)을 거울삼아...’시작되는 서문은 살인검(劍)에서 활인검(道)으로의 기나긴 수행의 몸짓을 웅변함이 아니겠는가?
<劍으로 道를 닦은 것이다>
<‘싸우지(劍) 않고 이김(道)’ - 得道한것이다.>
미야모도무사시가 임종을 앞두고 서술한 <獨行道>는 검도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세상의 도를 거스르지 않는다.
1. 일생동안 욕심이 일지 않았다.
1. 내가 한일은 후회하지 않았다.
1. 선악에 대해 남을 시샘하지 않는다.
1. 어떤 이별에도 슬퍼하지 않는다.
1. 연모의 정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1. 모든 일에 좋고 싫은 것이 있을 수 없다.
1. 내 몸 하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탐하지 않는다.
1. 소장품이 될 오래된 물건을 지니지 않는다.
1. 도리를 위해 죽음도 서슴치 않는다.
1. 늙은 몸에 재물은 소용없다.
1. 信佛은 받들어도 의존하지 않는다.
1. 항상 병법의 도리에 벗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