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검((心劍), 선검(善劍)’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나, 그 로마는 하루아침에 망했다.
흔히 ‘로마 말기적 현상’을 얘기 할 때 얼핏 떠오르는 것은,
‘화장실의 새 깃털’ 과 ‘광란의 검투’가 아닌가 싶다.
더 먹고 더 마시기 위하여 새 깃털로 목구멍을 간질이어 토해 내고는,
다시 먹고 마시고 춤추고 성을 소비하는 향락의 로마,
검투사들의 목숨 건 싸움을 열광하는, 피에 굶주린 로마광장에 운집한 군중,
그리고 원로원, 황제까지 광기를 벌이는 이벤트,
국력, 군사력이 약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도덕성)의 파멸이다.
‘성(섹스) 충동’ 과 ‘폭력(살인)충동’만이 난무하는 로마의 패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프로이드(S. Freud)는 충동(libido)을 인간의 근원적이고 동기적 에너지라고 하였다.
자아(ego)라는 것도 무의식 속에 있는 충동의 발전적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충동을 에로스(eros) 와 타나토스(thanatos)로 나눈다.
인간은 이 두 가지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에로스는 삶의 충동으로 사랑과 성(sex)이 대표적인 표현방식이라고 한다면,
타나토스는 죽음(자살)의 충동으로 폭력을 포함한 살인, 넓게는 전쟁으로까지 표출한다.
어쩌면 극도에 이른 삶의 충동은 죽음의 충동과 다르지 않다.
기쁨의 막바지에 느끼는 절정(오르가즘)은 불어로 ‘작은 죽음(le petit mort)’이라 부른단다.
그래서인가? 우리들 언어는 ‘죽음’과 ‘기쁨(快)’을 동위(同位)로 사용하는지도 모른다.
‘좋아 죽겠다’, ‘맛이 죽여 준다’, ‘죽도록 사랑해’, ‘죽어도 좋아’...
에로스 신과 타나토스 신은 원래 하나였는가?
그래서 에로토스(Erotos, 에로스+타나토스)라고도 하는가?
그래서 사생일여(死生一如)라 하는가?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문제[매일 아침 신문의 사회면을 보라]는
성[에로스]과 폭력[타나토스]이 관련된 문제가 아닌가?
다른 말로 성충동과 폭력(살인)충동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리비도가 인간의 본질적인 에너지라고 한다면 에로스본능 만큼이나 폭력 본능에 대해서도
친근하게(우호적으로), 발전적으로 관리하여야 되지 않을까?
지구 곳곳에서 크건 작건 전투,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타나토스가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살인본능은 언제고 표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올림픽이고, 월드컵이 아니던가?
살인[전쟁]충동을 스포츠로 표출하도록 말이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은 죽음본능을 친근하게 발전적으로 관리[억제]하는 제도[프로그램]이다.
어린아이에게 작난감 칼과 총, 탱크를 사주고 병정놀이[사이버 게임]를 하게 한다.
태권도를, 검도를...다양한 운동과 스포츠를 통해 ‘살인충동’을 억제[길들이기]하는 것이다.
무사가 필요한가? 검투사는 없다. 무사의 시대는 끝났다.
살인검은 조총의 출현만으로도 끝 난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활인검의 시대이다.
‘머리를 치고, 손목을 자르고, 허리를 베고, 목을 찌르는’ 기술을 배워서 살인하자는 것인가?
검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평화이다.
평생을 ‘살인술’을 터득하면서 평생에 칼을 한번 사용하지 않는 ‘본능억제의 길들이기’이다.
검도정신은 충동[살인검]을 억제하는 자아(自我)길들이기[활인검]에 있다.
시기하고, 질투, 이간과 모함, 거짓, 폭력, 살인 등 사악한 마음은 타나토스이며 살인검이다.
이 같은 사악한 마음을 베어버리고 우정과 우애, 사랑, 자비, 아름다움 등의
선한 마음의 씨앗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검도의 목적이며 활인검이다.
맑고 밝고 아름다운 기운을 키우는 수련이 심검(心劍)이고 선검(善劍)이고,
활인검이 아닐까?
이미지: e-kum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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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가 좀 걷는다 싶으면 장난감 칼, 총부터 사주지요.
제일 먼저 아빠부터 베고, 쏩니다. 인간의 전투본능이지요.
바르게 베고 자르자는 것이 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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