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理戰’ 一考, <어떻게 하면 자신을 믿을까?>(91)
중국 등소평(鄧小平,덩샤오핑)의 좌우명은 ‘처변불경(處變不驚)’, 즉 ‘어떤 상황변화에도 놀라지 않는다.’였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많이 놀랐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검도인의 경계가 있으니, 이른바 사계(四戒: 驚懼疑惑)이다.
어떻게 하면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않고, 주저하지 않을까?
오래전 사회인검도대회 개인전(당시 초단)에 출전한 경험이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없으니 전략(전술)이란 더욱 있을 리가 없다. 오직 겁 없이 ‘싸움꾼(?)’으로 몇 회전을 치르고 나니 조결승(16강쯤?)이라고 한다. 숨을 몰아쉬고 물 한 모금 마시니, 감독(?)이 상대의 정보를 귀뜸해주면서 전략을 주문한다.
“000는 00도장 사범인데..., 머리가 특기이고.....”
-무엇이라고.-
갑자기 상대가 크로즈업 된다.
'체격도 좋고..., 중단세가 빈틈이 없구나..., 눈빛도 강하구만..., 10년이상은 했겠지..., 나보다 훨씬 젊구만.......’
...그렇게 허무하게 깨졌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 만큼 가짜가 많을까?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검도뿐이 아니지만, 시합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의를 상실, 주도권을 선취 당하여 상대가 버거운 경우가 있다. 이른바 심리적 위축에 따른, 심리전에서의 패배이다.
심리전은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기업경영, 마케팅,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리전이란 ‘사람의 마음’을 읽어 움직여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펼쳐 왔다. 인간의 심리, 이른바 우리들의 불안감, 공포감, 죄책감, 과시욕, 공짜(무임승차)심리, 도피심리 등을 이용하는, 무기보다 경제적이고 위력적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란 사면에서 온통 초나라 노래가 들린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진 공성계(攻城計)의 하나로, 일종의 심리전이다. 이른바 한신(韓信)은 초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싸움을 싫어하고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계략을 썼는바, 날이 어둡자 한군(漢軍)은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를 불러 향수에 젖게 하였다. 그리하여 군심이 흩어져 뿔뿔이 도망치고. 몇 년 동안이나 항우(項羽)를 따르던 장군들도 슬그머니 달아나고 말았다. 항우(項羽)는 사면초가 속에서 우희(虞姬)와 이별하고 오강(烏江) 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 초나라도 따라서 망하고 말았다. 한신(韓信)이 채용한 심리전의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로맨스에서도 심리전은 유용하다.
백제 무왕(武王)의 선화공주(善花公主)에 대한 구애작전을 노래한 ‘서동요(薯童謠)’가 그것이다. 백제에서 고구마를 캐던 소년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고 서라벌에 몰래 들어가 고구마를 미끼로 하여 아이들에게 노래를 퍼트린다.
“선화공주님은 남모르게 밤마다 서동과 정을 통하네“
물론 유언비어다. 이 거짓 내용이 담긴 노래는 삽시간에 장안을 휩쓴다. 결국 부정을 의심받은 선화공주가 궁궐에서 쫓겨나 서동과 결혼을 이루고, 서동은 훗날 백제 무왕이 된다.
심리전이 서동요처럼 ‘러브스토리’면 얼마나 좋을까?
크건 작건, 대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심리는 긴장하며, 또 흥분한다.
결전일이 가까 울수록 불안하고, 때로는 공포감에 젖으며, 게임 진전에 따라 죄책감, 과시욕에 빠지기도 하는가하면, 공짜심리, 도피심리에도 엉킨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믿을까?
분명한 것은 ‘자신의 믿음’은 땀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2003년을 마무리하는 ‘노원’의 출전에 모두를 떨게 하라!
(20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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