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夢或悲夢 : 꿈이 아닌, 혹은 슬픈 꿈인>
夕日先長影(석일선장영) 해 질 녘, 긴 그림자 앞 세위
遑遑陟嶺頭(황황척령두) 바삐, 고갯마루에 오르면
炊煙三兩起(취연삼량기) 두 세집 밥 짓는 연기 일고
犬吠里啾啾(견폐리추추) 개 짖는 소리 동네 부산하던
急步回回墻(급보회회장) 잰걸음으로 토담 돌고 돌아
柴門隙穴遒(시문극혈주) 사립문 틈새로 다가서면
慈親蹲火口(자친준화구) 아궁이에 쪼그려 앉으신 당신
莫忍視呦呦(막인시유유) 차마 볼 수 없어 눈물 쏟던
月上高商暮(월상고상모) 달 오르는 가을밤이면
輝煌後圃幽(휘황후포유) 휘황한 뒤란, 그윽하니
紫靑波桔梗(자청파길경) 청보라 물결, 도라지
無限美愁愁(무한미수수) 너무나 아름다워 슬픈
歌唱探蔬菜(가창탐소채) 나물캐며 노래 부르시던
深山水谷不(심산수곡부) 심산수곡에...아니셨나요?
恒時來滿月(항시래만월) 언제나 보름달로 오시고는
菩薩待中秋(보살대중추) 한가위 기다리시던, 어머니
[漢詩와우리詩의만남/정웅]
*遑遑: 마음이 급해 허둥대는 모양 *後圃: 뒤켠 밭 *啾啾: 짐승이 우는 소리
*桔梗: 도라지 *隙穴: 틈새 *呦呦: 슬피 우는 소리. 흐느낌 *愁愁: 근심하는 모양
*商暮: 가을날의 저녁 때 *菩薩: 내 어머니의 별칭
[형식] 오언절구(연작) [압운] 尤目: 頭 啾, 遒 呦, 幽 愁, 不 秋
♬~ 어머님 은혜
‘카네이션’
어느 해 오월
애들이 만든 종이꽃
빨간 카네이션
벽거울에 걸어 놓으시고는
못 치우게 하시던
어머니
당신 가시던 날 떨어졌다
빛바랜 종이꽃
바ㄹ간 카네이션이
툭
(2011)
***
그해, 빛이 바래진 종이꽃이 좀 거시기 했다.
‘어머니, 치울께요’하니, ‘고것들이 만들었다’
‘진짜배기보다 좋다. 또 오래가지 않느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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