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라 그리고 버려라
‘放下着’一考<놓아라! 그리고 버려라!>(49)
불가의 대표적인 화두로 ‘방하착(放下着)’이 아닌가 싶다.
일체방하(一切放下), 즉 온갖 물질은 물론 생각까지도 없애버리라는, 보다 큰 성취인 깨침을 향한 철저한 자기성찰을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이다. ‘放’은 ‘놓는다, 버린다’는 뜻이며, ‘着’은 ‘집착, 걸림’을 의미한다. 즉 본래 空(비어있음)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온갖 것에 걸려 집착하는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도 없고(諸行無常), 그러므로 ‘나’란 실체도 없는데(諸法無我), ‘나’, ‘내것’에 끄달려 근심과 고통의 바다를 헤메니, 어리석은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모두 버리면 어떻게 하나...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돈에 머무르지 말라는 것이다. 돈에 노예가 되는 스쿠르지 영감이 아닌, 베풀 줄 아는, 지나다 동전일 망정 적선할줄 아는...진짜 부자는 버릴 줄 안다. 사랑을 하되 사랑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일 게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보낼 줄 아는...괴로워도 붙잡으려는 ‘물귀신’ 심보가 아닌...진짜 사랑은 함께 죽지(빠지지) 않는다. 놓아준다. 집착을 버리는 것(방하착)이야 말로 아름답다. 떳떳하고 당당하다. 걸림이 없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재(自在)하다.
‘방하착(放下着)’은 검도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을 버릴까?
...본래 내것이 아니니
환상을 버려라.
젓가락으로 상대를 누르는 무술은 없나니,
바보같이 정진할 뿐이다.
조급증을 버려라.
산 오름에 비약은 없나니,
평생 한 걸음씩 오르는 검도일 뿐이다.
요행을 버려라.
요행은 결코 기회로 이어지지 않나니,
각고의 노력이 있을 뿐이다.
망설임을 버려라.
시간도 기회도 머물지 않나니,
순간은 선택(결단)할 뿐이다.
자존심을 버려라.
오만을 불러 참된 내면의 성장을 저해하나니,
겸허한 자기평가의 본질뿐이다.
승부욕을 버려라.
이기고 짐은 상대적일 뿐이니,
오직 내 마음이 충만할 뿐이다.
고정관념을 버려라.
키가 크다고 칼이 크지 않나니,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뿐이다.
의심을 버려라.
의심한 만큼 결과는 나쁘나니,
내안의 단련된 직감을 믿을 뿐이다.
두려움을 버려라.
두려움은 무지, 무관심에 기인하나니,
검리를 익히고 수련을 쌓을 뿐이다.
‘너희 것이 아닌 것은 모두 버려라.
그것을 버리면 영원한 편안을 누릴 것이다.
너희 것이 아닌 것이 무엇인가?
물질(色)은 너희 것이 아니다. 그 물질을 버려라.
감각(受)은 너희 것이 아니다. 그 감각을 버려라.
생각(想)은 너희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을 버려라.
의지작용(行)은 너희 것이 아니다. 그 의지작용을 버려라.
의식(識)은 너희 것이 아니다. 그 의식을 버려라.’ <南傳 中部 蛇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