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론
‘鴻雁聲’一考<지도자의 마음가짐 : 4단필기시험>(55)
검이 무기로서의 효용성은 상실했다. 무사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살인검(살상무기)은 조총의 출현만으로도 끝난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활인검의 시대이다. 활인검이란 무엇인가? ‘살인본능(thanatos)을 억제하는 검, 살인술을 터득하므로서 인간의 내재하고 있는 살인충동(폭력 포함)을 억제하려는 고도의 수행’이 활인검도의 본질이 아닐까? ‘머리를 치고, 손목을 자르고, 허리를 베고, 목을 찌르는’ 기술을 배워서 살생을 하자는 것인가? 검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평화이다. 평생을 살인술을 터득하면서 평생에 칼을 한번 사용하지 않는 ‘본능억제’의 수행(자기완성)이다.
검도가 ‘검을 수단으로 심신수련(수양)을 하는 道’라고 한다면, 지도자란 기교라든가, 용인술못지 않게 리더의 마음가짐(자세)이 소중하다. 단순한(?) 몇가지 동작(손목, 머리, 허리, 찌름)에 평생을 거는 검도인에게는 ‘철리(哲理)’를 닦는 수도자 못지않은 자세가 요청된다.
“검도사범과 검도지도자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사범이라 함은 기능적인, 전문가를 뜻하는 무도용어이지만 지도자란 인격을 구비한, 작은 재주로 남을 가르침이 아닌, 마음과 행동이 배우는 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이종림 선생의 ‘인격론’을 새겨본다.
김재일 선생의 ‘사공론(沙工論)’ 또한 가슴에 와 닿는 지도자가 수지해야할 바이블이 아닌가 싶다. "젊은 사람이 노인보다 힘이 있어 굳이 노젖기를 배우지 않아도 나루터의 조각배를 노인보다 더 빨리 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몰아치면 그 젊은이는 기상과 물길을 몰라 그 배를 어디로 끌고 가야 할지 결국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늙은 사공은 물길과 천지의 이치를 알아 맑은 날씨에서와 다름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배를 저어 가는데 무리가 없다. 그것이 검도의 단이고 경지이다."
후보생 시절(보병학교)의 구호가 ‘나를 따르라!’였다.
물론 미육군보병학교의 교훈(‘Follow Me!)을 원용한 것이지만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소대장은 뒷모습으로 가르친다.
전장의 병사는 말이 아닌 소대장의 뒷모습을 따르기 때문이다.
검도 사범의 언어는 몸짓이다.
사범의 자세·행동·태도는 사범의 의도와 관계없이 관원들에게 무언의 학습(모델)이 된다.
관원이 모방한다는 점에서 ‘길잡이’로서의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관원들이 사범을 받들 때는 그 명령하는 바를 따르지 아니하고 그 행동을 따른다.’
(下之事上也 不從其所命而從其所行, <禮記>)
어쩌면 오늘의 검도가 기교와 術에 만 노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공자께서 검도인들, 특히 검도지도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논어를 인용한다.
‘道에 뜻을 두고, 德에 근거하며, 仁에 의지하여, 藝에 노닌다’
(子曰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論語>‘述而’6)
<지도자는 道에 뜻을 두고 德과 仁으로 검도(藝)를 지도해야 한다.>
기러기들은 편대를 지어 비행할 때 끼룩끼룩 하는 울움소리를 낸다. 이는 머나먼 여정에 지친 동료들의 격려와 화이팅을 위해서 내는 소리란다. 검도는 평생여정의 먼 행로이다. 리더로서 앞에서 북은 못치더라도 기러기처럼 지칠 때 뒤에서라도 사자후는 토하리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