隅川정웅 2005. 8. 23. 15:05
 

‘客氣’一考<객기를 버려라>(48)


한국동란의 초기패배는 용병술에 무지한 당시 참모총장인 채병덕 장군과 국방장관(신성모)의 무능을 들고 있으며, 특히 이들의 ‘객기(客氣)’는 돌팔이 의사의 그것을 보는 듯 슬프기 까지 하다. 한국동란사(이종학)에 의하면,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이 있자, 3일만에 서울을 그들에게 내주고, 계속 남하만 하다가, 유엔군의 참전으로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겨우 숨을 돌리게 되니, 이들은 기자회견을 했다. 신성모 국방장관은

“실지회복(失地回復, 즉 북진통일)을 위한 준비는 다 되었다. 다만 북진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라고 하였으며, 육군참모총장 채병덕은 한술 더 떠서,

“평양가서 점심먹고, 신의주에 가서 저녁 먹는다.”라고 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객기(客氣)’를 부린 것이다.

북한은 주도면밀하게 전쟁준비를 해왔으며(예, 남북전차대비 0:120), 남침 임박해서는 ‘평화통일’의 기만전술(예, 통일총선을 위한 회담제의)을 구사, 6. 25일 일요일 새벽 4시에 기습을 감행했다.

우리는 어떠했나? 6. 25 전야만을 보자!

북한의 평화통일 선전공세에 대한 경계태세로 6월 11일부터 한국군은 비상경계에 들어갔으나, 6. 23일 비상경계를 해제하며, 농번기 모내기 지원도 할 겸 절반에 가까운 일선장병들에 외출. 외박을 실시하였다. 동대문구장에서는 청룡기고교야구 예선전으로 토요일을 즐기는 평화로움이 하루 앞을 모르고 있었다. 군수뇌부는 어떤가? 밤늦도록 주말 댄스파티에 취기가 가시지 않은 몽롱한 채로, 그날 새벽 4시를 마지하지 않았는가?

초전태세는 어떤가?

서울을 사수하겠다던 그들은 먼저 한강을 건넜고, 시민들은 피난도 못가게 한강다리를 폭파하고...이제 조금 여유가 있다고 평양에서 점심을 먹고...객기를 부린다.

손자는 말했다. ‘전투에 능한 자는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쉽게 싸워 이긴다(善戰者 勝於易勝者也)’라고...전쟁은 객기가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이길 조건을 만든 후에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矜高妄傲無非客氣 긍고망오무비객기

降伏得客氣下而後正氣伸 항복득객기하이후정기신

情欲意識盡屬妄心 정욕의식진속망심

消殺得妄心盡而後眞心現 소살득망심진이후진심현

뽐내고 오만한 것 중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객기를 물리친 뒤에야 바른 기운이 자라난다

정욕과 분별은 모두가 망녕된 마음이니

망녕된 마음을 물리친 뒤에야 진심이 나타난다.<菜根譚>


얼마전 산행(山行)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몇몇이 도복차림으로 목검으로 칼싸움놀이(?)를 하고 있기에, 볼상이 아닌 듯 싶어 알아듯도록(?) 얘기를 해주고 돌아서면서도 개운치가 않다. 우리 도장 관원이 아니라는 안도감 보다는, ‘객기’나 가르치는 검도로 시민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두렵다. 조폭검거의 화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목검이 마음을 상하게 하는데, 목검을 땅에 끌고 다니며 작난치는 어린학생과, 조폭의 목검이 오버랩되어 화를 나게 만든다.


검도에서 버려야 할 망심이 바로 ‘객기(客氣)’다.

스스로 잘 난척하며, 뽐내고 오만한 행태는 진정한 용기가 아닌 만용으로서 객기이다. 선지자는 이런 객기를 버려야 올바른 기운이 모아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오늘 내가 검도수련을 하면서 ‘객기’를 부린 것은 아닌지 ‘묵상’시간을 갖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