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지
'말귀'
隅川정웅
2012. 6. 3. 19:25
‘말귀’
당대(唐代)의 대문호 백낙천(白樂天)이 항주(抗州)태수가 되어
임지에 도착, 그곳 큰 스님이신 도림선사(道林禪師)부터 찾는다.
스님의 기행(奇行)을 들은바 있어, 이의 시험도 할 겸 산사에 당도하니,
(새처럼 둥지를 틀고 앉아 좌선을 한다고 해서 조과(鳥窠)스님으로도 별칭)
소문대로 높은 소나무 위에 새처럼 앉아 바람에 출렁이며 좌선을 하고 있지 않은가?
깜짝 놀라 백낙천이 소리를 질렀다.
“스님! 위험합니다!”
그러나 웬일인가? 스님이 오히려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아! 그대가 위험하다! 위험해!”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제가 왜 위험합니까?”하니, 선사가 이르기를
“온갖 탐욕이 가득하여 출렁이니 어찌 그대가 위험하지 않는가?”
이에 마음을 들키기도 했지만, 감복한 백낙천이 예의를 갖추고 법문을 청하니,
“나쁜 짓 하지 말고, 좋은 일 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한다.
“아니, 그런 말은 세살 어린애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하니
이에 선사가 엄숙하게 꾸짖듯 소리를 높였다.
“세살 박이도 안다지만, 여든 노인일지라도 행하기 어렵다!”<七佛通戒偈>
(20120603隅川)
***
‘나쁜 짓 말고 좋은 일하라’
팔만사천경이나 일렀거늘
완장 차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