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노트★

‘늙은 소대장’

隅川정웅 2010. 1. 17. 20:45

 

 

 

‘늙은 소대장’

 

                                                          정웅

 

 

혜화역 4호선에 올라

여유 있게 군인 옆을 차지했다.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묵직해 온다.

일등병이 취기와 함께 머리를 맡긴다.


그래, 어깨만 재던 소대장이었지.

오늘은 늙은 소대장이 보초를 서주마!

-무엇이 낮술을 들게 하였는가?

-어머니가 아프기라도 하는가?

-애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라도 했는가?

-아니면, 짧은 첫 휴가가 아쉬운가?

벗겨지는 모자를 이불 덮듯 얼굴을 가려준다.


-귀대병이겠지.

-수유리에서 전방행 버스를 타야하지 않겠는가?

전철이 서는가 싶어 어깨를 빼어볼까 하는데

땜 물 쏟듯, 열린 문으로 그리움도 빨려나간다.

빈자리에 아들 냄새가 뭉클하다.

(20030813웅)

 

 

       

***

대단한 분의 ‘군대 가서 썩는다.’에 많이 분노한 적이 있지요.

오늘(현충일)만이라도, ‘비목’의 선율이 반도에 여울졌으면,

유월산하가 너무 푸르러 슬픈, 이름 모를 비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