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劍道基礎’一考<검도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30)
당대(唐代)의 대문호 백낙천(白樂天)이 항주(抗州) 태수가 되어 이 지역의 큰 스님이신 도림선사(道林禪師)의 기행(奇行 : 경내의 큰 소나무 위에서 새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듯한 좌선의 기행 때문에 조과<鳥窠 : 새둥지에 앉은>스님이란 별호를 얻음)을 들은 바, 이의시험도 할 겸 선사를 찾았다. 들은 바대로 높은 소나무 위에 새처럼 앉아 바람에 출렁이며 좌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스님! 위험합니다!”
그러나 웬일인가? 스님이 오히려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아! 그대 위험하다! 위험해!”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제가 왜 위험합니까?”하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온갖 탐욕이 가득하여 출렁이니 어찌 그대가 위험하지 않는가?”
이에 마음을 들켜 부끄럽기도 하지만,
감복한 백낙천이 예의를 갖추고 법문을 청하니,
“나쁜 짓 하지 말고, 좋은 일 하시오!(諸惡莫作 衆善奉行)”,
“아니 그런 말은 세살 어린아이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이에 선사가 엄숙하게 꾸짖듯 소리를 높였다.
“세살 박이도 아는 말이지만 여든 된 노인일지라도 행하기 어렵다!” <七佛通戒偈>
‘나쁜 짓 하지 말고 좋은 일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
진리는 아주 쉬운 곳에 있다. 문제는 뻔히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우리네 중생이다. ‘착한 일 하라’를 실천하도륵 하기위해 그 많은, 팔만사천이나 되는 대장경이 설해지고 있는 것이다.
‘검도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도입문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늘상 듣는다..
이는 그 누구도 ‘기초의 멍에’에 자유스럽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함이며, ‘좋은 일’하기 만큼이나 실천하기 어려운 수행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철부지 검객도 내노라 하는 검사도 ‘기초’를 지적받는가보다.
일본의 검성(劍聖)이라고 불리는 모치다(持田 盛二)先生의 유훈(遺訓)은 ‘검도의 기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도는 50세까지는 기초를 참으로 열심히 수련해서 자신의 것으로 확실히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 기초라하면 초심자 시절에 모두 익혔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으나 이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며 이 때문에 검도의 기초를 머리속 깊숙히 묻어둬 버린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나는 검도의 기초를 몸으로 익히는데 50년 걸렸다.
나의 검도는 50세가 지나고 나서야 진짜 검도의 수행에 들어갔다.
내 마음이 스스로 검도를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60세가 되면 허리, 다리가 약해진다. 이 약해짐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마음을 단련시켜서 약점을 강하게 만들도록 노력했다.
70세가 되면 신체 전체가 약해져버린다. 이때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수행을 했다.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의 거울에 그대로 비춰진다. 마음이 고요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검도를 수행했다.
80세가 되니 드디어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잡념이 생긴다. 이 잡념이 들어오지 않게 나는 지금도 수행하고 있다...” <‘검도세계(98/3)’>